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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월 7일] 돈스코이호의 기억과 새로운 러시아

입력
2014.01.0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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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러시아가 핵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해함대 소속 핵추진 잠수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는 미사일 최대사거리 8,000km로 10기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일본이 구축하는 미사일방어체계(MD) 계획에 대응해 러시아군이 극동에서 미사일 발사 및 요격 훈련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우리는 주변의 4대 강국 중 러시아의 가공할 만한 군사력을 주시해야 한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협력에 우리는 중국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관심을 기울이면서 우리와 국경을 마주하게 될 군사대국 러시아에는 등한시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최후의 전함으로, 쓰시마 해전 중 일본전함 3척을 침몰시킨 후 울릉도 앞 바다에서 자침하여 러시아의 자존심을 지킨 발틱함대의 마지막 순양함이다. 러일전쟁 당시 대한제국의 고종황제는 나라의 운명을 러시아에 맡기어 러시아의 승리를 당연시 하였으나, 로제스티 벤스키 제독의 발틱함대(38척)는 도고 헤이하치로 사령관이 이끄는 일본연합함대(27척)에 완전히 패하고 말았다. 이러한 결과, 시베리아에 육군 100만 명이 대기했지만 러시아에선 1905년 혁명(피의 일요일)의 발발로 인하여 결국 공산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러시아의 패배에 낙심한 대한제국의 최고위 관료들은 주영국 서리공사 이한응의 영국 현지 음독자살을 필두로 민영환과 조병세 등 64명의 관료들이 을사늑약 전후에 자결하는 일이 이 땅에서 벌어 졌다. 그들은 나라를 잃은 데 대한 책임을 진 것이다.

한 세기가 경과한 이즈음 우리는 러시아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구소련(USSR)과 오늘의 러시아는 어떠한 관계이며, 한국전쟁 당시 소련제 탱크를 앞세우고 남침한 기억의 저편을 우리는 어찌 정리 할 것인가.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난 해 방한을 계기로 힘차게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및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에 관하여 잠시 생각해 보자. TSR은 세계에서 가장 긴 철로로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거리가 무려 9,300km에 이른다. 100여년전 대한제국과 러시아는 어둡고 비극적인 역사를 공유한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가까운 이웃나라로서 밝은 미래를 공유할 것이라는 점을 양국 국민들은 상기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역사는 유럽사의 일부였다. 우랄산맥 이동 지역의 장구한 정착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국가로서의 러시아는 스스로를 아시아의 국가로 간주한 적이 없었다. 비록 심리적으로 러시아인들이 한 번도 아시아 국가의 국민이라고 인정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경제ㆍ군사적 필요성에 의해서 러시아인들의 시각은 동아시아로 자연스레 옮겨 지고 있다.

러시아는 동북아시아에서 지역 구성 국가들과의 쌍무적인 안보 파트너십 구축에 주력하면서 당분간은 지역안보의 중개자 또는 보장자의 역할을 자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유럽과 동북아시아의 안보협력체제에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희망할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역동성은 경제성장과 증가하는 군사력에 의해 유지된다. 러시아는 약해 보이지만 그 잠재력은 거대하다. 비록 느리지만 전체주의 체제 붕괴의 충격에서 회복되고 있다. 중국은 자신들의 경제력을 조심스럽게 군사력으로 바꾸고 있으며, 일본은 이미 군사적 도약의 준비를 마쳤다.

선진국 문턱에 와있는 우리는 러시아의 다양한 천연자원을 필요로 한다. 러시아 또한 극동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선 한국의 자본, 기술, 경험, 지식, 그리고 그동안 지속적인 경제성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한러 관계의 증진은 남북관계의 평화적 해결 중재자로서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윤창규 동아시아센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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