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오현이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는 같이 해보지 않으면 모르죠."
단지 선수 한 명이 가세했을 뿐인데 팀이 확 달라졌다. 바로 '월드 리베로' 여오현(36)의 힘이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여오현이 오면서 팀이 바뀌었다"며 "분명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되고 우승 후보로 꼽혔던 현대캐피탈은 초반 조직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9경기에서 5승4패로 부진했다. 일각에서는 "올 시즌도 우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마저 나왔다.
그렇지만 무너질 것 같던 현대캐피탈은 여오현의 끈질긴 수비 덕분에 조금씩 안정감을 되찾으며 살아났고 아가메즈(28ㆍ콜롬비아)의 공격력이 불을 뿜으며 이후 7연승, 6일 현재 삼성화재(승점 33ㆍ12승4패)를 제치고 선두(승점 35ㆍ12승4패)로 올라섰다.
무엇보다 여오현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그는 지난 5일 삼성화재전에서 13개의 리시브를 성공, 2005년 출범한 V리그에서 리시브 5,000개(5,003개)를 최초로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항상 솔선수범하며 몸을 던지는 여오현을 향한 팬들의 사랑도 뜨겁다. 6일 한국배구연맹(KOVO)이 발표한 2013~14시즌 V리그 올스타 팬 투표에서 1만8,912표를 얻어 남자부 최다 득표의 영예를 차지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듣고 야간 훈련까지 정말 열심히 했다"며 "워낙 몸 관리가 뛰어난 선수인데다 악바리같이 운동하니 귀감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칭찬했다.
여기에 여오현의 적극적인 성격은 팀 동료들을 춤추게 했다. 그는 "'나만 수비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존심이 강하고 코트에서 무표정한 아가메즈도 코트 밖에선 여오현을 형으로 모시고 장난도 치는 등 믿고 따른다.
현대캐피탈에는 여오현과 함께 리시브 라인을 책임지는 임동규라는 '살림꾼'이 있다. 지난 시즌에도 비득점부문 수비 1위에 올랐던 임동규는 최고의 파트너인 여오현과 함께 하면서 더욱 안정감을 갖추게 됐다. 여오현은 평소 목소리가 다 쉬어버렸을 정도로 팀 동료들을 독려하며 힘을 북돋아 준다. 문성민이 복귀한 뒤 수비에 대한 부담을 내려 놓고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것도 뒤에서 보이지 않는 활약을 펼치는 두 선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김 감독은 "아가메즈에게 좀 더 빠른 템포의 공격을 주문하는 등 조금씩 변화를 줄 것"이라며 "리시브가 안정된 만큼 욕심내지 않고 내실을 다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우승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의 7연패를 저지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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