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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42>야구 관(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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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42>야구 관(觀)

입력
2014.01.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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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세계’ 라고 말할 때 이 단어는 너와 내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세계다. 하지만 우리가 객관적으로 세계가 뭐냐? 우주가 뭐냐? 라고 하면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즉 세계라고 하는 것은 주관적으로 구성해 놓은 세계이다. 그래서 세계라는 단어에는 항상 관(觀)자를 붙인다. 즉 볼 관 자를 써서 내가 보는 시각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도올 김용옥 선생의 말이다.

객관적인 사실인 것 같지만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너무나 다양한 세계관이 생긴다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제시하는 자료를 통해 상대방이 이해하는 정도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점쟁이의 말 보다 TV에서 하는 일기 예보를 더 믿는 것은 인공 위성을 통해 찍은 구름 사진과 여러 가지 데이터를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야구 또한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야구 관(觀)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의 야구 관이 맞고, 틀리다를 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야구는 수십부터 수 백 가지의 야구 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야구 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 야구 관이 얼마나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상대방을 설득하느냐의 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야구 관이라는 것이 마치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지도자가 바뀔 때 마다 야구 관 전체가 바뀌거나 그것에 대한 이해보다는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이 곳 미국에서도 지도자에 따라 당연히 야구 관이 틀리고 이론 또한 틀리다. 하지만 먼저 코치가 선수들에게 본인의 야구 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한다. 그리고 나서 선수들과 대화를 하며 야구 관의 방향에 대해 조율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이해 하는 선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그것을 가지고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선수가 생각하는 야구 관과 코치가 생각하는 관이 틀리더라도 강요 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예전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면, 코치가 선수들에게 야구 관에 대해 설명하기 보다는 일방적인 통보가 보통이었고, 설득과정 보다는 강압적으로 이끄는 경우가 많았다. 코치의 야구 관에 반하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것은 항명이며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야구의 주체는 누구인가? 선수가 아니고 코치가 주체였던 것이다.

미국은 언뜻 보면 선수들을 방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지 결코 코치가 하는 것이 아니다. 코치와 선수의 야구 관이 틀리더라도 선수가 스스로의 야구 관이 맞는다고 생각되면 그대로 밀고 나가게 두는 것이다. 서두에 밝혀 듯이 관(觀)이라는 것은 내가 어떻게 바라보냐의 문제이고, 설사 코치가 객관적인 자료를 내밀고 설득 과정을 거쳤더라도 선수가 이해 할 수 없다면 굳이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치의 야구 관이 결코 100% 맞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위험한 착각 중에 하나가 내가 알고 있는 야구 관이나 이론이 진리이자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선수 개개인 별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코치가 선수를 지도하며 야구 관을 설명하는 것은 코치의 관이지 객관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코치와 같이 생활 한다고 과연 몇 년이나 같이 할 수 있을까? 결코 길지 않을 것이다.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코치가 팀을 바꾸게 되면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좋은 코치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고와 깊은 생각으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함께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폭 넓은 야구 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치의 야구 관과 이론을 설명해서 다수의 선수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다면, 그제서야 그 야구 관은 그 선수들에게 객관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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