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방만경영 논란이 불거진 대형 공기업에 대한 전방위 감사에 곧 착수한다. 철도노조 파업을 계기로 고용세습이나 과도한 복지혜택 등 이들의 방만 행태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가 형성된 지금이 공기업 개혁의 호기라는 판단에서다. 공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관리ㆍ감독하는 기획재정부가 강력한 '채찍질'을 가한데 이어 감사원까지 감사 채비에 나서면서 이번 정부의 갑오년 '정상화 개혁' 초점이 공기업에 맞춰지는 모양새다.
감사원 관계자는 5일 "지난달 말부터 공공기관감사국과 산업금융감사국, 국토해양감사국의 인원들이 모여,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직원들은 현재 담당 분야별로 기존 감사 자료나 언론 보도, 정부 발표 통계 등을 수집ㆍ분석 중인데, 늦어도 다음 달 중순께는 핵심 타깃으로 지정될 공기업을 상대로 동시 다발적 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14년 벽두부터 진행될 감사는 그 강도가 유례없이 강하고 기간도 훨씬 길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관계자는 "예년에도 연초에 일부 공기업에 대해서 감사를 벌였지만, 이번에는 훨씬 대규모 인력이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는 평소의 5, 6배인 30여명의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부채규모가 크고 방만 상태가 심각한 40여개 공기업이 집중 타깃이 될 전망이다.
감사원이 공기업 감사에 의지를 보이는 건 공공부문 개혁이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의 국정운영 화두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황찬현 신임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부조리, 공직의 기강 해이 등을 확실히 바로 잡아달라"고 주문한 상태다. 황 원장도 새해 신년사에서 "반복된 지적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불합리한 관행이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며 대대적 감사를 예고한 바 있다.
아울러 철도 노조의 파업이 사실상 정부에 백기를 든 상태로 마무리된 것도 이번 대규모ㆍ전격 감사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정부 관계자는 "철도 파업을 거치면서 공기업 방만경영에 대한 부정적 공감대가 확산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차제에 개혁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강경 대응이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기업에 대한 지나친 압박이 공공 서비스의 질 하락이나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감사원이 정치적 독립을 추구하기는커녕 박 대통령과의 '코드'를 맞추는 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빈축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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