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늘(6일)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들과 연두 기자회견을 갖는다. 연두 기자회견은 의무는 아니지만 관행으로 정착돼 왔다. 보통사람들도 새해 벽두에 각오를 새롭게 하듯, 대통령이 국정구상을 가다듬어 국민에 게 설명하는 것은 주권재민의 원리에 부합하는 절차이자 전통이다. 기자회견 대신 미국처럼 입법부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이 국회에 출석, 연두교서를 밝힌 때도 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박정희 전두환 두 대통령이 그랬다.
■ 1963년 10월 5대 대선에서 승리한 박정희 대통령은 5ㆍ16 쿠데타를 의식해서인지 미국식 연두교서 방식을 그대로 도입했다. 그는 64년 1월10일 국회에서 48분 동안 1만3,000자의 연두교서를 발표했다. 당시 야당도 기립박수로 예의를 차렸다. 연두교서 발표는 67년까지 4년 간 계속되다가 68년 중단됐다. 연말 공화당의 예산안 날치기 처리로 여야 대립이 극심해 박 대통령이 국회에 갈 상황이 아니었다. 이후 연두교서는 신년 기자회견으로 대체됐다.
■ 79년 12ㆍ12 쿠데타와 80년 5ㆍ17 광주학살을 통해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은 7년여 재임기간 중 국회에 여섯 번이나 갔다. 11대(81년) 12대(85년) 개원식에서 치사를 했고 82년부터 4년 간 국회에서 연두교서 형식의 국정연설을 했으나 86ㆍ87년에는 청와대에서 했다.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택했다.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인 99년 국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려다가 정국경색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국민과의 대화로 대신했다.
■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회견도 했지만 2005년 2월 국회에서 국정연설을 하는 등 임기 중 국회에 네 차례나 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회견 대신 신년사를 동영상으로 내보냈다. 역대 대통령의 신년을 복기한 것은 국회 존중과 품격을 보여줄 연두교서가 사라진 데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내년에는 언제든 가능한 기자회견 대신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장면을 보고 싶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의 오늘 회견이 국민통합과 소통의 출발점이 되길 기원해 본다.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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