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경찰이 지난 3일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프놈펜 공단 봉제업체 노동자들을 향해 총격을 가해 4명이 숨지고 40명 가까이 다쳤다. 이 공단에는 한국 업체들도 60여개사가 입주해 있다. 중국을 비롯해 선진국 하청기업들이 집중된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각국에 임금인상,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캄보디아 경찰은 이날 수도 프놈펜의 남부 공단도로를 점거한 채 임금인상 시위를 벌이던 봉제업체 노조원 수백 명을 향해 총격을 가해 4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경찰은 다음날에도 쇠 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사복경찰을 동원해 민주공원에서 반정부 집회를 열던 노동자 등 1,000여명을 강제 해산시켰다.
봉제 업체 노동자들은 월 최저임금을 현재 80달러에서 160달러로 2배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며 지난달 25일부터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이를 거절하자 노동자들은 통합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에 합세했다. 캄보디아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삼랭시가 이끄는 CNRP는 지난해 7월 총선 당시 125만명의 유권자 명단이 선거인 명부에서 사라지는 등 부정선거가 자행됐다며 총선 재실시 및 훈센 총리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더 큰 유혈충돌을 우려해 당초 5일부터 사흘간 프놈펜에서 열기로 했던 대규모 집회를 일단 연기했다. 이 때문에 일단 평온을 되찾았지만 캄보디아 법원이 이날 CNRP 지도부 2명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정부측의 압박이 높아져 정국 자체가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은 여전하다.
일부 현지 직원들이 시위대열에 동참하면서 유혈사태 당일 60%까지 떨어졌던 한국공장 가동률은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놈펜 공단에는 한국섬유협회 회원사 50여개와 비회원 10여개사가 입주해 있다. 현지 직원만 6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노동자 시위가 빈발했던 방글라데시의 상황은 캄보디아보다 더 열악하다. 방글라데시는 400만명 이상이 의류산업에 종사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의류생산국이지만 월 최저임금은 전 세계 꼴찌 수준이다. 지난해 9월부터 20만명의 의류 노동자들이 3,000타카(38달러)인 월급을 8,000타카(103달러)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서 유혈충돌이 일어났다. 노사정 줄 다리기 끝에 최근 5,300타카(7만400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해 11월 300만명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5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 연방정부를 비롯해 유명 패션 브랜드 회사들이 의류 하청을 주는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의 노동자들이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부족해 일부는 바지에 소변을 보는가 하면, 65% 정도는 맨발로 일하고 있다며 인권실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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