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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월 6일] 담배와 폭력

입력
2014.01.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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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흡연 장면이 사라진 지 꽤 오래되었다. 금연 분위기가 널리 조성되고 있는 마당이니 자연스러운 일이겠다. 청소년들의 모방심리를 부추기지 않겠다는 뜻 역시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고독하고 쓸쓸하게 담배연기를 허공에 날리던 배우들이 얼마나 근사해 보였는지 나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따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일고도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금연' 달성을 위한 어떤 궁여지책들은 언짢게 다가오기도 한다. 얼마 전 늦은 시간에 TV에서 방영해주는 옛 영화를 볼 때도 그랬다. 흡연 장면이 몇 개 있었는데, 매번 해당부분을 흐릿하게 만드는 블러 처리를 넣는 것이었다. 영화는 영화대로 몰입이 되지 않았고, 뿌옇게 가려놓은 담뱃불은 오히려 긁어 부스럼 식으로 도드라졌다. 아예 내보내지 않는다면 모를까, 저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해서 누구의 건강과 안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흡연 장면 규제가 필요하더라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는 없는 걸까.

나로서는 뺨 때리는 장면이나 제발 좀 단속했으면 좋겠다.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닌데도 깜짝 놀란 게 부지기수다.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칼질, 총질만 폭력이 아니고 담배만 몸에 나쁜 게 아니다. 얼굴을 후려갈기는 상투적이고 모욕적인 폭력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비천함에 물들게 한다. 담배가 건강을 해친다면 일상의 폭력은 마음을 해친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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