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는 절뚝거리고, 얼굴은 퉁퉁 부어 올랐다. 밀려오는 통증을 이겨내지 못한 채 수 차례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포기를 몰랐다. 극에 달한 상황에서 괴성을 지르며 악으로 달려들었다. 판정을 뒤집기엔 시간이 부족했지만 불굴의 투혼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UFC 파이터 임현규(29ㆍ코리안탑팀)가 선사한 한 편의 감동드라마였다.
임현규는 5일(한국시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컨벤션센터에서 끝난 ‘UFC 파이트 나이트 34 인 싱가포르’ 웰터급 메인 이벤트 매치에서 벨기에의 강자 타렉 사피에딘(28)에게 판정패했다. 앞선 두 경기를 모두 1라운드에 니킥 KO승으로 장식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그였지만 UFC에 인수된 단체인 스트라이크포스 챔피언 사피에딘을 당해내지 못했다.
임현규는 1라운드에 강력한 펀치를 날려 두 차례나 사피에딘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게 만드는 등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2라운드부터 사피에딘의 오른발 로킥이 임현규의 왼쪽 허벅지를 타격하며 충격이 쌓였다. 하체에 힘을 쏟지 못하자 중심을 좀처럼 잡지 못하고 안면에 펀치도 연거푸 허용했다.
임현규는 정신력으로 버텼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도 이를 악물고 사피에딘의 안면을 향해 끊임 없이 펀치를 날렸다. 마지막 5라운드 종료 1분여를 남기고 정통으로 머리에 하이킥을 얻어맞고도 쓰러지지 않은 채 더 때려보라는 듯 포효했다. 그리고 종료 15초 전 온 힘을 짜내 펀치 세례를 퍼부어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도망가기 급급했던 사피에딘을 쓰러트릴 수도 있었다.
임현규는 경기 후 “메인 이벤터로서 꼭 승리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멋진 경기를 하려고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경기 중에 내가 너무 흥분했던 반면 사피에딘은 침착하게 잘 풀었다”고 아쉬워했다.
사피에딘과 임현규는 이날 가장 재미있는 경기를 펼친 선수에게 주는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상과 상금 5만달러(약 5,300만원)를 받았다.
한편 강경호(27·팀매드)는 세 번의 도전 끝에 UFC 첫 승리를 따냈다. 그는 밴텀급 경기에서 일본의 시미즈 순이치(29)에게 3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UFC와의 계약이 단 2경기 남아 벼랑 끝까지 몰린 강경호는 이날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한 끝에 탭을 받아내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앞서 열린 라이트급 경기에서는 방태현(31·코리안탑팀)이 UFC 데뷔전에서 호주의 매어벡 타이스모프(26)에게 판정패했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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