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추락하는 걸까. 연초 엔저(低) 공습에 따른 대장주들의 주가 하락이 심상찮다. 대장주들의 급락은 지수 낙폭을 키우면서 연초 금융시장에 최대 복병이 되고 있다.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1.05포인트(1.07%) 내리며 새해 이틀 연속 하락 마감(1,946.14)했다. 이틀 동안 하락폭은 65포인트에 달했다.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4.59%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0.99% 내려앉으며 129만6,00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130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작년 8월23일 이후 처음이다. 특히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달 24일 이후 6개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이 기간 시가총액이 20조1,801억원 증발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고 있는 것은 외국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3,214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 중 삼성전자 주식이 무려 52%(1,69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들이 전날 팔아 치운 삼성전자 주식도 2,241억원 어치에 달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이렇게 맥을 못 추는 것은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한 수출 둔화, 스마트폰 성장 둔화에 따른 실적 저하, 특별보너스 지급 등 일회성 비용에 대한 우려 등이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BNP파리바가 당초 10조원대로 예상됐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8조7,000억원으로 낮춘 이후 증권사들이 줄줄이 실적 전망과 목표가 하향 행렬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에도 JP모간이 영업이익 실적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면서 같은 달 불과 15일 만에 주당 154만원에서 126만1,000원까지 폭락한 바 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4분기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올해 중저가 스마트폰의 비중이 커지고 애플 등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실적둔화가 예상된다"며 "엔저 지속과 원화 강세 등 대외적 변수까지 더해져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의 또 다른 대장주인 현대차, 기아차 등 자동차 주가도 새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날 현대차가 소폭(0.22%) 하락하고 기아차는 보합세를 보였지만, 전날에는 각각 5.07%, 6.06%의 폭락세를 보였다. 증권가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4분기 실적에 주목한다. 작년 연말 속도가 붙기 시작한 엔저가 실적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바닥 근처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일본과의 경합관계도 미미한 수준이고 실적도 이미 부정적인 전망이 반영된 수준이라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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