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총영사관 방화 사건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는 티베트인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톈안먼(天安門)광장의 위구르인 일가족 차량 돌진 사건에 이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3일 미국 언론을 인용해 화재 진압 후 영사관 건물에 '티베트 인권'이란 표식이 남겨져 있었다고 전했다. 이 표식이 방화와 직접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해외 중국 공관을 공격할 수 있는 조직은 사실상 티베트나 위구르의 독립 운동 세력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앞서 1일 오후 9시25분 샌프란시스코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 승합차를 타고 온 한 괴한이 차에서 내려 휘발유 2통을 총영사관 정문에 뿌린 뒤고 불을 붙이고 달아났다. 불은 정문을 태우고 지붕까지 솟았지만 10여분 만에 꺼졌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샌프란시스코 중국 총영사관에서는 2008년 3월에도 유사한 방화 사건이 있었다. 사건 발생 며칠 전 총영사관 정문 앞에서 티베트인의 독립 요구 시위가 있었고, 시위대가 던진 돌에 영사관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중국의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에서는 티베트 독립과 인권 보장을 외치는 시위와 분신이 잇따라 2009년 이후 분신 희생자가 120명을 넘는다.
미국이 최근 쿠바 관타나모 기지 내 테러 혐의자 수용소에 갇혀 있던 위구르인 3명을 슬로바키아로 석방하자, 이들의 송환을 요구해온 중국이 강력 비판하는 등 중국 내 소수 민족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