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 번째 우선순위는 미국을 새로운 일자리와 제조업이 번성하는 나라로 만드는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집권 2기 첫 연두교서를 발표하며 다시금 고용 창출과 제조업 부흥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오바마가 취임 이래 누누이 강조해온 일자리 늘리기와 수출 증대의 성패가 제조업 강화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연두교서 역시 재차 제조업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오바마 정부의 제조업 부흥책이 거둔 가장 극적인 성과는 미국 기업들의 '유턴'이다. 비싼 인건비, 높은 법인세율을 피해 중국, 인도 등지로 옮겨진 기업 생산기지가 속속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2009년 오바마 취임 이래 본토로 귀환한 미국 기업은 100곳을 넘는다.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와 제네럴모터스(GM), 글로벌 IT기업 애플과 구글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기업뿐만이 아니다. 150년 역사의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도 연구개발(R&D)센터와 공장을 올해 미국으로 이전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매출 10억달러 이상인 미국 제조업체 중 37%가 본토로 생산기지를 옮길 계획이라고 답하는 등 유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재도약하려는 미국의 정책적 노력은 제조업증강법 제정, 기업과세제도 개편에 집약돼 있다. 오바마 집권 2년차인 2010년 제정된 제조업증강법은 기업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한 생산비용 절감 지원책으로, 기업이 수입하는 원자재에 부과되는 관세를 감축·폐지하고 자국 제조업과 경쟁하는 제품의 수입 관세는 올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해 7월 발표된 기업세제 개편의 골자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35%→28%), 국내 유턴 기업의 이전비용에 대한 20% 세액공제 신설 등이다. 수출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ㆍ금융 지원, 셰일가스 생산 확대에 따른 기업 생산비용 절감 효과 또한 미국 제조업 부흥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금융ㆍ서비스 산업에 밀려 '2등 산업' 취급을 받아오던 미국의 제조업은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성장ㆍ고실업으로 귀결된 금융산업 중심 체제에 대한 반성이 일면서 제조업이야말로 양질의 고용 창출, 수출 증대, 기술 혁신, 국가경쟁력 제고, 국가안보 강화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제조업을 중시하는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는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 경제 강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미국의 제조업 부흥은 정부의 기술혁신 정책과 병행되고 있다. 기존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부가가치 높은 신규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계산이다. 오바마 정부는 2012년 대통령 연두교서를 통해 밝힌 '제조업 혁신을 위한 국가 네트워크' 구상에 따라 3D프린팅, 사이버피지컬시스템, 나노생산공정, 산업용 로봇 등 11개 역점 기술 분야를 선정했다. 또한 정부, 산업계, 학계가 참여해 새로운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제조 현장에 적용하는 국립연구소를 설립하고 있다. 첫 성과로 2012년 8월 오하이오주에 3D프린팅 연구소가 문을 열었고 다른 연구소 3곳이 신설될 예정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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