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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전설이 될 뻔한 '언어의 추억'… 소셜미디어 통해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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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전설이 될 뻔한 '언어의 추억'… 소셜미디어 통해 부활하다

입력
2014.01.0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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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서부 해안에 위치한 마하쉬트라주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바투 콜하티족은 먼 조상 때부터 내려오던 자신들만의 토착언어가 있다. 그러나 커딥 뮤즐라(30)는 바투 콜하티족이면서도 이 언어를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인도 뭄바이에서 150㎞ 떨어진 퓨네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그는 6살 때 이후 해외에서 기숙생활을 하며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뮤즐라가 할 수 있는 언어란 인도의 대표적 공용어인 힌디어와 영어 정도이다. 뮤즐라는 "내 부족의 토착언어라 해도 듣지 못하면 잊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도 전역에 산재한 부족 공동체에서 제한적으로 쓰던 토착언어는 언어 다양성의 근간이었던 부족사회가 도시화, 산업화로 해체되면서 점차 소멸하고 있다. 특히 토착언어의 사용이 인도사회에서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되면서 자신들의 언어를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수언어 보존운동을 하는 인도 비영리조직 비샤 트러스트의 지난해 9월 발표에 따르면 1961년 인도에서 사용되던 언어는 1,100여종에 달했으나 현재는 870여종으로 약 230종이 줄어들었다. 비샤 트러스트의 연구 책임자인 데비는 "인도에서 힌디어와 영어의 장악력이 강화되면서 많은 언어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의 '소멸위기에 처한 언어 지도'(Atlas of the World's Languages in Danger)에서도 197종의 언어가 사라질 위기인 인도는 상황이 매우 심각한 나라로 분류된다.

인도에서 약 4,000명 정도 되는 소수 부족의 언어인 망겔리어와 하도티어, 하리안비어 등은 소멸 위험에 놓여있다. 약 40명으로 구성된 극소수 부족의 언어인 시디어와 자라와어, 온지어 등은 바로 사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인도 소수언어의 부활

그런데 인도에 휴대폰과 인터넷 등 소셜미디어가 수년 전부터 빠르게 보급되면서 죽어가던 토착언어들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알자지라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소셜미디어라는 기반을 이용해 토착언어가 부족사회라는 지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인도 전역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방송에 따르면 언어학자인 미국 세인트 루이스대학의 케빈 스캐넬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수언어의 부활은 일정한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소셜미디어는 우선 지리적으로 분산돼 있는 소수언어 사용자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가상 장소를 제공하고, 이후 휴대폰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소수언어 사용자와 직접적으로 대화를 하면서 이를 배우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들이 다시 온라인 장소에 편입되면서 소수언어 사용자가 늘어나는 식이다.

뮤즐라도 이런 흐름을 최근 경험하고 있다. 마하쉬트라주에 사는 부모가 얼마 전 마련한 휴대폰을 통해 그에게 매일 전화를 하는데 이 때문에 뮤즐라도 토착언어를 사용하고 다시 배울 기회가 늘었다. 부족언어에 흥미가 새긴 뮤즐라는 얼마 전 휴가를 내 고향인 마하쉬트라주에 돌아가 부족 노래와 언어를 그의 휴대폰에 녹음해오기도 했다.

인도국민언어조사협회(PLSI)의 가네쉬 데비 의장은 "인도의 부족들은 처음에 현대 문물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토착언어를 버려야 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다른 언어로만 가능하다고 여겼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소셜미디어 덕택에 이제 자신들의 부족사회 안에 머무를 수 있게 됐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도 언어 사용을 지속해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소수언어 부활을 가능케 인도의 소셜미디어붐

데비 의장은 인구통계와 언어다양성 면에서 인도는 파퓨아뉴기니,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유독 인도에서만 소수언어의 부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빌리어와 카시어, 가로어, 코야어, 트리퓨리어 등 소수언어의 사용 증가는 휴대폰과 인터넷 등 인도의 소셜미디어 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앤컴퍼니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총 인구는 약 12억 명인데 이중 10%인 약 1억2,000만 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휴대폰 사용자는 약 8억6,700만 명(7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인도는 2015년까지 인터넷 사용자가 3억2,000만 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 인터넷 사용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에서 휴대폰과 인터넷의 전방위적 보급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게임, 휴대폰 어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도구의 사용 범위를 넓혀주고 있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인 구글과 SNS인 페이스북 등은 원주민 공동체에서도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데비 의장은 "휴대폰과 라디오, 비디오 등과 같은 간편하고 저렴한 장치들이 소수언어를 활용하고 기록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의 소수 민족 언어 보전에 힘쓰고 있는 사멸위기언어연구소(LTIEL)의 그레그 앤더슨 회장은 인터넷 상에 인도의 토착언어인 호어와 레모어 등을 포함한 8개 언어의 구어사전을 만드는 데 착수했다. 이 언어들은 한 번도 문자로 기록된 적이 없어서 언어 사용자들이 사라질 경우 그 언어가 영원히 소멸되기 때문이다. 앤더슨 회장은 "디지털 장치는 다양한 부족의 지혜와 전통적 가치를 보존할 수 있다"며 "지금 부족 사람들은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부족의 신화와 고유 치료법, 장식품 등에 대한 내용을 자신들의 토착언어로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인도 토착언어 사용도 두드러지고 있다. 토착언어를 배우는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돼 보급되고 있고, 페이스북의 번역 어플리케이션은 사용자가 약 100개의 언어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인도판 트위터에는 153개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 데 이중 79개가 툴루어, 루샤이어, 카시어 등 인도 소수언어들이다. 스캐넬 교수는 "소수언어를 살리기 위해 디지털 장치를 사용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면서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소수언어 사용자들이 아기를 갖고 사랑을 하면서 이를 그들의 언어로 전하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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