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추진, 의료영리화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3일 의료계에 현안을 논의할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의료단체들은 수용여부를 밝히지 않는 등 강경 대응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문형표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료계 신년 하례회에 참석, "원격의료, 투자활성화, 수가문제, 3대 비급여와 건정심구조 등 의료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 의료계, 가입자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복지부 장관이 의협회관에서 열린 신년 하례회에 참석한 것은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있던 2000년 1월 차흥봉 장관 이후 14년 만이다. 원격의료가 허용될 경우 의협에서 집단 휴진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복지부로서도 '의료계 달래기'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복지부는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기 전까지는 개선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보건의료단체들의 반대로 지금까지 공론화하지 못했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개편을 논의하고, 쌍벌제 시행 이전에 불거진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반면 의료단체들은 문 장관에게 요구사항만 제시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원격의료 법안의 국무회의 상정반대,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배제, 대통령 직속 협의체 구성 등 3가지를 요구했다"며 "장관이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복지부가 주도하겠다고 밝히는 등 요구사항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협은 11일 충남 천안 새마을 연수원에서 시군구 의사회 회장 등 1,000여명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열고 정부안의 수용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송 대변인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12일 파업출정식을 가질 것"이라며 "설날을 전후해 반일 휴진, 이후에는 전일 휴진 등으로 투쟁 강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도 정부 제안의 수용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김윤수 병협 회장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3대 비급여제도 개편 등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선택진료비 및 상급병실료 개편시 병원의 손실에 대해 100% 보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병협 측은 식대 및 입원료 수가 인상, 토요일 진료 수가 가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병협 관계자는 "협의체 참여 여부는 11일 열리는 의협의 워크숍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의료단체들이 정부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로 집단휴진 등 실력행사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단체 간부들이야 휴진을 할 수 있겠지만, 일반 회원들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 휴진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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