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세출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배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 확산되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상반기 예산 집행 비율이다.
기획재정부가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14년도 예산배정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예산배정은 각 부처에 예산을 쓸 권한을 부여하는 절차로 각 부처는 분기별로 얼마씩 예산을 쓸지 계획이 확정된 뒤에야 계약 등을 집행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 309조원의 65%를 상반기에 쓸 계획인데 이는 최근 6년간 예산 상반기 배정 비율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11년 예산에는 67.3%를 상반기에 편성했고 지난해도 71.6%를 배정했다. 올해 상반기 예산 배정액(202조원)은 전체 예산이 올해보다 적었던 지난해보다도 11조원이나 적다.
이는 정부가 올해 '상고하저'의 경기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상반기 전년동기대비 성장률(3.9%)이 하반기(3.5%)보다 높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08년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제위기로 매년 예산배정 때 연초 경기회복에 초점을 뒀었다"면서 "하지만 올해 경기흐름은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전년대비 기준으로는 성장률이 낮았던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성장률이 높고 하반기는 기저 효과로 상반기보다 성장률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여 하반기 예산 집행 비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상반기 배정 예산 규모가 경기회복에 부족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서민생활 안정 ▦경제활력 회복 ▦일자리 확충과 관련이 있는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 배정해 경기회복 동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복지분야에선 보육돌봄서비스(4,671억원), 가정양육수당(1조2,000억원) 사업 예산이 전액 상반기에 배정됐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국도건설 등 계속사업 예산 2조4,000억원도 상반기에 모두 배정했다. 특히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은 전체 예산(1,119억원)의 99%가 상반기에 집중됐다.
한편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소방관 처우개선 부분을 크게 늘렸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위험군에 속한 소방관을 위해 심신건강캠프 참여인원을 2배 이상 늘리고 치료가 필요한 소방관에게는 의료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 화학ㆍ원전 사고에 대비한 조직과 장비도 증편할 계획이다. 이밖에 새마을 운동 세계화를 위한 공적개발원조 예산(262억원)도 늘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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