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의 미래가 매우 불안하다. 한국 신예기사들이 중국의 '90후 세대'와 기량 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따라잡기가 버거운 상황인데 이제는 그동안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일본 신예들마저 한국을 맹렬히 뒤쫓고 있다. 지난 28~30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2013 한일 국가대표 상비군 평가전에서 한국이 일본에 13승12패로 힘겹게 승리를 거뒀다.
이번 평가전은 한일 양국이 지난해 각각 국가대표 상비군을 창설한 후 가진 신예 유망주들의 첫 맞대결로 한국에서는 내심 낙승을 예상했는데 결과는 뜻밖에 박빙의 승부였다.
일본 바둑 국가대표팀 '고 고 재팬(go 碁 Japan)' 감독인 야마시로 히로시 9단의 제안으로 열린 이번 평가전에 일본에서는 올 신인왕전 우승자 후지타 아키히코(22)를 비롯, 제69기 본인방전 본선멤버 이다 아쯔시(19), 신인왕전에서 준우승한 위정치(18), 제8회 히로시마 알루미늄배 우승자 이치리키 료(16), 대만 출신 비밀병기 쉬자웬(16)등 신예 유망주 5명이 출전했다.
이에 맞서 한국은 한승주(17), 황재연(18), 신민준(14), 신진서(13), 최정(17) 등 1995년 이후에 출생한 상비군 영재조 소속선수 위주로 팀을 꾸렸고 박영훈, 이지현 등 상위 랭커도 일부 참가했다.
일본 선수 5명에 한국 선수 13명이 번갈아가며 대결하는 방식으로 총 5차전을 치른 결과 한국이 1차전과 2차전에서 3대2, 4대1로 앞섰으나 3차전을 1대4로 크게 졌고 4차전 3대2, 5차전 2대3을 기록했다. 개인별로는 신진서가 3승, 신민준이 2승1패로 선전했을 뿐 박시열과 양우석이 각각 1승1패, 황재연 1승2패, 오유진이 1승을 거뒀고 설현준(1패), 최영찬(1패), 김채영(1패), 한승주(2패), 최정(2패)은 한 판도 이기지 못했다. 일종의 초청 선수 자격으로 평가전에 참가한 박영훈과 이지현, 두 상위 랭커가 각각 2승씩 보탠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의 패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입단한 쉬자웬이 4승1패를 거뒀고 이다 아쯔시와 위정치가 각각 3승2패를 기록했다. 일본 대표팀을 인솔해 내한한 윤춘호 초단(관서기원)도 기대 이상의 성과에 만족한 듯 "역시 예상대로 한국 신예들이 매우 강하다. 특히 신진서는 나이답지 않게 침착하고 수읽기도 빠르고 정확하다"고 평했다. 그는 "일본 선수들이 요즘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며 은근히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본은 지난해 9월에 사상 최초로 국가대표팀을 구성, 10대 유망주 20명 정도가 영재반에 소속돼 있는데 거주지역이 다양하고 대국 일정이 맞지 않아 한국과 같은 정기합동훈련을 하지 못하고 대신 인터넷을 통해 자주 연습대국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는 대만 신예 강자들도 함께 참여한다고 전했다. 일본기원은 또 이번 평가전에 출전하지 않은 대표팀 소속 10대 신예기사 15명에 대해서는 같은 시기에 시즈오카현 하마마쓰바둑센터에서 합숙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 국가대표팀 코치 박승철 7단은 "솔직히 우리가 좀 더 큰 차이로 이기리라 예상했는데 일본 선수들이 무척 잘 뒀다. 전보다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입단했다는 쉬자웬 초단은 앞으로 우리 선수들이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고 이번 평가전을 치른 소감을 밝혔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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