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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 호칭 없고… 투표로 CEO 뽑고… 토론은 자유롭게

입력
2014.01.0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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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람이 명령하고 아랫사람이 무조건 따르는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는 일반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직문화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업들 사이에 직원들의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실험적인 조직문화가 도입되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세계 1억3,000만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카카오다. 이 회사에는 '사장님''대표님'이라는 직급을 뜻하는 호칭이 없다. 김범수 의장은 브라이언(Brian), 이제범 공동대표는 제이비(JB), 이석우 공동대표는 비노(Vino)라는 영어 이름으로 불린다.

여러 사람이 자유로운 의견을 내놓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대표님'처럼 직급으로 구분되는 딱딱한 호칭부터 걸림돌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직급이 좌우하는 딱딱한 위계질서 속에서 자유로운 토론이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라며 "4급 대리 등과 같은 직급을 없앤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혁신 경영으로 주목받는 미국의 화학업체 고어도 마찬가지다. 아웃도어 소재로 널리 쓰이는 고어텍스를 개발한 이 업체는 상사나 부하가 없는 수평 조직으로 유명하다. 상하관계에 구속되지 않고 모든 직원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펼치게 하기 위해서다.

업무는 프로젝트에 따라 필요 인원으로 그때그때 팀을 짜서 처리한다. 그만큼 조직 자체가 유연하다. 이 같은 분위기 덕에 유행에 상관없이 인기를 끄는 고어텍스라는 소재를 만들게 됐고, 50년 이상 적자 없이 플러스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카카오의 또 다른 특징은 동료를 격려하는 칭찬메시지를 제도화한 점이다. 특정 동료를 칭찬하는 글을 메모장에 적어 사내 게시판에 붙이면, 칭찬받은 사람은 메모장 개수당 5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재미있는 것은 메모장을 개당 1,000원을 받고 판매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지나친 칭찬 남발을 막고, 메모장 판매비를 모아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한다.

여행업계 4위업체 여행박사도 조직문화의 실험장으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일개 대리가 팀장이 되고, 팀장이 사장이 되는 일이 흔히 벌어진다. 팀장, 본부장, 대표 등을 직원들의 투표로 선출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9세 팀장이 회사 대표가 됐다.

뿐만 아니라 이 업체는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이 산다'는 신념 아래 매년 순수익 1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직원들을 위해 사용한다. 연간 100만원 한도 내에서 피부 시술 등 외모 가꾸는 비용을 지원하고, 외부에서 주최하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회사가 정한 기록을 넘기는 이들에게 상금을 준다. 최근 대만여행팀 소속의 한 과장은 회사 공식 기록을 6분 단축해 600만원을 손에 쥐었다.

신입사원과 선배들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점심, 저녁 식사비도 지원한다. 점심 때는 1인당 만원, 저녁 때는 5만원을 준다. 때문에 후배들은 부담 없이 선배들에게 밥 사 달라고 조른다.

이런 조직문화 덕분에 여행박사는 위기 극복도 빨랐다. 2008년 당시 모기업이었던 외국회사의 부실로 파산했지만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회사를 다시 세웠고 현재의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주요 수익원인 일본 여행객이 급감했을 때에도 오히려 일본 테마 여행상품을 주도하는 등 역발상 아이디어로 6개월 만에 실적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여행박사 관계자는 "직장을 즐거운 곳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강제로 시키고 쥐어짜면 억지로 일을 하게 되니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거나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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