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들어선 외국대학들의 정원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들 대학을 심사하면서 정확한 수요예측 근거가 없는데도 설립 승인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투자활성화를 명목으로 외국대학과 국내대학의 합작 설립을 허용하는 등 추가 특혜를 예고해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2일 교육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외국교육기관 심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설립된 외국대학 3곳 중 2곳인 독일의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학(FAU)부산캠퍼스와 네덜란드국제물류대학(STC코리아ㆍ폐교)이 학생을 얼마나 유치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 교육수요조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설립을 승인받았다.
교육부의 외국교육기관설립심사위원회는 FAU부산캠퍼스에 대해 "수요조사서는 별도로 없지만 독일FAU의 명성도와 부산지역 내 5개 종합학교 학생 규모를 고려할 때 학생모집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수요 충족' 판정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FAU부산캠퍼스의 재학생은 100명 정원의 절반도 안 되는 38명에 불과했다(본보 2013년 10월 10일자).
국내 최초의 외국대학인 STC코리아에 대한 심사보고서에는 아예 교육수요에 대한 검토의견이 없다. 앞서 광양시가 제출한 설립 필요성 자료에 "모든 수업과 학교 운영 등이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영어 교육에 관한 한 확실한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전국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질문을 해오고 있음"이라는 모호한 예상만 있을 뿐이다. 설립 5년만인 지난해 말 STC코리아는 정원 미달에 따른 적자를 이유로 폐교했다. 그간 이 학교에 투입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44억6,200만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설립승인 심사를 할 때 교육수요는 필수항목이긴 하지만, 반드시 수요조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심사를 허술하게 해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세제 감면, 예산 지원 등 혜택을 주면서 외국대학 유치정책을 편 이유 중 하나는 국내 학생의 유학수요를 해소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교육부가 정확한 수요 예측조차 확인하지 않고 도장만 찍어줬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통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합작 설립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대폭 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미 무분별한 외국대학 설립 승인의 부작용이 드러났는데 정부는 개선은커녕 더 큰 특혜를 주려 하고 있다"며 "구조조정 위기인 국내대학도 합작 설립으로 퇴출을 모면하면서 외국대학에게 부여된 규제 완화를 누려 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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