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 산하 광주정부통합전산센터 입찰비리에 연루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전산장비업체가 회사 이름을 바꾸고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입찰에 참여해 176억원 규모의 광주전산센터 유지관리사업을 또 따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조달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실시된 2014년 광주전산센터 정보시스템 운영 및 유지관리사업 기술제안서 평가에서 B사가 공동수급자로 참여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입찰을 대행한 조달청은 최근 이 컨소시엄과 협상을 끝내고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B사는 광주전산센터 관련 입찰비리 수사의 핵심 대상인 D사의 협력업체로 역시 경찰의 수상 대상에 올라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6월부터 B사 대표였던 김모씨 등이 공무원과 기술제안서 평가위원 등에게 금품을 뿌린 혐의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B사는 이번 입찰 한달 전인 지난해 11월 대표이사를 김씨에서 다른 사람으로 변경하고 상호도 M사에서 현재의 명칭으로 바꿨다.
경찰은 김씨가 B사의 실제 소유주로 알려진 D사 대표 문모씨와 짜고 입찰로비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D사는 2012년 11월 광주전산센터가 발주한 9개 사업 중 7개 사업(총 400억 규모)을 낙찰 받아 입찰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상당수 공무원과 평가위원들에게 성 접대까지 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D사가 대전 정부통합전산센터의 사업계획서 등 내부자료를 몰래 빼내 B사와 공유한 것으로 보고 이런 사실 등을 정부전산센터와 조달청에 통보했다. 정부전산센터는 지난달 12일 보안심사위원회를 열고 내부자료 유출 사실을 시인한 D사에 대해 위약금 1,500만원을 부과하고 1년간 입찰 참여를 제한했다. 그러나 B사에 대해선 유출 자료를 공유했을 것이라는 경찰 추정만으로는 제재를 하기 힘들다며 수사결과 발표 후 재심사하기로 했다.
조달청도 경찰로부터 B사와 관련한 수사 혐의를 통보 받았지만 광주전산센터가 발주한 이번 입찰에서 B사에 대해 입찰 제한 조치(부정당업자 지정)를 하지 않았다. 입찰 탈락업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2순위 협상적격자로 선정된 컨소시엄 측은 "입찰이 제한돼야 할 부적격 업체가 참여한 컨소시엄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입찰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최근 조달청을 상대로 법원에 입찰절차 속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조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찰비리로 수사 중인 업체에 대해 입찰 참가 제한 등 조치를 해야 한다는 데 심정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제재를 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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