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동부 웨스트벵갈주 콜카타시에서 성폭행범들이 10대 소녀를 두 차례 집단 성폭행하고 몸에 불을 붙여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12월 수도 뉴델리에서 여대생이 버스를 탔다가 집단성폭행을 당하고 숨진 지 1년 만에 벌어진 경악스러운 사건에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인도 언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콜타카 북부 마다얌그램 마을에 사는 16세 여성이 지난해 10월 집 근처에서 두 번에 걸쳐 최소 6명의 남성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특히 두 번째 성폭행은 피해자가 경찰에 사건을 신고하고 돌아오는 길에 발생했다. 이후 용의자 중 2명이 지난달 23일 집에 혼자 있던 피해자를 찾아가 몸에 석유를 끼얹고 불을 지른 뒤 달아났다. 피해자는 심각한 화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지만 8일 만인 지난달 31일 숨졌다.
경찰은 첫 성폭행 발생 직후 신고를 받고도 피해자 사망 이튿날인 이달 1일에야 용의자 6명을 체포했다. 게다가 경찰은 처음엔 소녀가 "신고를 철회하지 않으면 끔찍한 결과를 맞을 것"이라는 범인들의 협박을 받고 분신 자살했다고 발표했다가 피해자 부친의 항의를 받고서야 2일 피해자가 두 용의자의 방화로 사망했다고 정정했다.
한 경찰관은 AFP통신에 "피해자가 죽기 직전 담당 공무원에게 범인 2명이 집에 침입해 자신에게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진상을 미리 알고도 늑장 수사를 비난하는 여론을 우려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여기에 피해자 부친이 "딸이 숨진 날 밤 경찰이 병원에 들이닥쳐 시신을 화장시설로 운반했다가 화장에 필요한 사망증명서를 내가 넘겨주길 거부하자 도로 돌려줬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그는 경찰이 딸의 시신을 수습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라고 요구했다고도 했다.
끔찍한 범행과 경찰의 처사에 분노한 시위대 수백명은 1일부터 콜카타 시내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가한 유명 여성 영화감독 아파르나 센은 "이번 사건을 접하고 내 정신은 말 그대로 산산조각났다"며 "야만적인 성범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성토했다. 정부 산하 국립여성위원회의 마므타 샤르마 위원장은 "경찰이 피해자 신고를 받고도 추가 범죄를 막지 못했다"며 "총리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