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고춧가루의 매운 맛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고춧가루와 김치의 매운 정도를 등급으로 나눈 표준규격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고춧가루는 2001년, 김치는 2008년부터 유통제품의 비율과 소비자 선호, 업체 의견, 관련 연구 등을 통해 등급 규격이 최근 확정됐다. 다만 업체 적응기간을 감안해 적용은 2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매운맛 등급 기준은 매운맛을 내는 고춧가루의 성분인 캡사이신의 함량과 실제 사람이 맵다고 느끼는 관능시험 결과를 종합해 정했다.
김치는 캡사이신 함량이 2.9ppm(1ppm=1㎎/㎏) 미만이면 '순한', 2.9~14.9ppm이면 '보통 매운', 14.9ppm 이상이면 '매운' 등 3단계로 구분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김치 중 15%가 순한, 62%가 보통 매운, 23%가 매운 김치에 속해 있다.
고춧가루는 캡사이신의 함량이 150ppm 미만이면 '순한', 150~300ppm이면 '덜 매운', 300~500ppm은 '보통 매운', 500∼1,000ppm은 '매운', 1,000ppm 이상은 '매우 매운' 등 5단계로 나눴다. 덜 매운, 보통 매운 고춧가루가 시중에서 각각 3분의 1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연맹의 '매운맛 제품의 유통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8명은 유통 중인 제품의 매운맛 정도와 성분 표시, 등급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농식품부는 라면, 소스, 과자 등의 매운맛 규격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매운맛 표준화는 김치 등의 해외시장 개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실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혀가 느끼는 일종의 통증이다. 그래서 미각(味覺)이 아니라 통각(痛覺)이라 불린다. 맛의 종류에는 짠맛, 신맛, 쓴맛, 단맛이 있고, 이후 감칠맛(일본 화학자가 발견)이 추가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김치는 국적을 가장 많이 속인 농식품 1위의 불명예도 얻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해 원산지 표시 대상업소 30만4,000곳을 조사한 결과,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품목은 배추김치가 22.1%(1,183건)로 가장 많았고, 돼지고기(19.7%), 쇠고기(14.3%), 쌀(7.8%) 등이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봄 배추 작황 부진에 따른 수입 증가 탓으로 보인다. 그나마 원산지 허위 표시 전체 적발 건수는 전년(2012년)보다 4.3% 줄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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