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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월 3일] 베이비박스

입력
2014.01.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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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한 교회에는 2009년 12월 설치된 베이비박스(Baby-box)가 있다. 담장을 뚫어 만든 이곳에는 가로 70㎝, 세로 60㎝, 깊이 45㎝의 공간에 온도와 습도 등 영아의 생존이 가능한 설비 시설과 함께 '미혼모 아기와 장애 아기를 유기하지 말고 여기에 넣어 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누군가 아기를 두고 가면 벨이 울려 보호담당자가 나오지만 아기에 대한 정보나 연락처 등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후 아기는 서울시 양육시설로 보내진다.

■ 베이비박스는 여전히 찬반 논란에 휩싸여 있다. 찬성론자들은 신분노출을 꺼려 보육원 등에 아기를 직접 맡길 수 없는 부모들이 있기 때문에 아기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곁들인다. 반대론자들은 아기를 버리는 부모의 죄책감을 덜어줄 우려가 있어 오히려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논리를 댄다. 베이비박스가 없었다면 일부는 부모가 책임 의식을 갖고 길렀을 것이란 지적이다.

■ 찬반 문제와는 별도로 버려지는 아기들을 보호ㆍ양육할 관계기관의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큰 문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유기 영아 208명이 베이비박스를 통해 위탁됐다. 2011년 22명, 2012년 67명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베이비박스가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유기 영아가 몰린 탓이다. 그러다 보니 서울시 보육시설은 포화상태다. 33곳의 정원은 3,700여명인데, 현재 보호를 받는 영ㆍ유아는 3,000명에 달한다. 정원 초과가 코앞이다.

■ 유기 영아 문제에는 법적 의무를 지닌 지자체뿐 아니라 종교단체 등 사회 각계에서 힘을 보태야 한다. 정부도 시설 확충은 물론, 유기 행위를 줄이기 위해 미혼모들이 아이를 기르며 자립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해마다 연말이면 자선냄비를 비롯해 불우이웃돕기 운동이 제법 거창하게 진행되지만 대부분 반짝 행사로 종료된다. 새해에는 유기 영아를 비롯해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가 1년 내내 지속되길 기대해본다.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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