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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신년기획]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중소기업·비정규직' 안정성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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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신년기획]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중소기업·비정규직' 안정성을 높여야

입력
2014.01.0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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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나이를 조사한 결과 남성이 평균 33.2세, 여성이 28.6세였던 것. 대학 졸업 후 만족할 만한 직장에 신입사원으로 취업하기까지 남성의 경우 적어도 6~7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첫 취업 연령이 점점 늦어지면서 과도한 대학졸업자 비율 때문에 이미 낮은 수준인 청년 고용률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청년(15~29세) 고용률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9위다.

수많은 청년들이 대기업 정규직이나 공무원이 될 때까지 장기간 취업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해 '청년 세대의 눈높이'를 문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좋은 일자리를 잡고자 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양분된 노동 시장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산업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용형태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절된 노동시장에서 '대기업 정규직'으로 대변되는 1차 노동시장과 나머지 2차 노동시장과의 차이는 극심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제조업 기준으로 대기업의 1인당 임금을 100으로 보았을 때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2000년에도 35.4에 불과했으나 2010년 26.3까지 떨어졌다. 또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정규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이 1만6,403원이었던 반면 비정규직은 1만437원에 머물렀다.

이처럼 고용시장이 극단적으로 양분돼 있고 1차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민간소비를 위축시켜 잠재성장률 악화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해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부문을 육성해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이다. 수년 동안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국내 고용 유발효과가 낮은 몇몇 수출 대기업 위주로 성장해 온 점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노동시장의 극단적 양분 구조를 개선해 극소수의 '대기업 정규직' 또는 '공기업과 공무원'이라는 1차시장에 진입하지 않아도 생활에 커다란 어려움이 없도록 1ㆍ2차 시장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두 번째 해법과 관련, 재계와 일부 학자들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 때문에 고용시장이 경직됐고, 기업들이 해고가 어려운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차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1ㆍ2차시장의 격차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2차시장의 고용보호 수준이 극도로 낮고 임금마저 큰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1차시장에 진입해 있는 근로자들이 순순히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데 동의할 리가 없다. 1차시장의 경직성을 유연화하려면 2차시장의 안정성부터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실제로 참여정부 이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모범사례로 꼽히는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유연안정성' 정책을 집중 연구해 왔다. 그런데 관련 연구의 결론은 대부분 두 나라에서 '유연성'보다 '안정성'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유연안정성 정책이란 유연성과 안정성을 결합한 노동시장 정책을 말하는데, 기업들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되, 실업급여와 기간을 충분히 주고 실업자들이 쉽게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다각도로 도와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기업들은 불경기 때 쉽게 해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호경기 때 적극적으로 정규직을 고용하고, 노동자들은 먼저 받던 임금의 90% 가까운 금액을 실업급여로 최장 4년까지 지급 받을 수 있고 언제든지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신분의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실제로 덴마크는 1994년 이 제도를 도입하고 적용하여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실업률을 달성했다.

2009년 윤진호 인하대 교수가 발표한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에 관한 평가와 한국에의 시사점'이라는 논문을 보면, 덴마크는 유럽에서 가장 유연성이 높은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처럼 마음대로 해고를 할 수 있는 나라는 아니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부당해고를 방지하는 규제가 작동하고 있다.

또 연구 결과 한국의 노동시장은 (일부 1차시장을 제외하면) 이미 덴마크 수준으로 유연성이 높은 반면, '관대한 실업급여'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부문은 덴마크에 비해 극히 낙후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직전 임금 대비 실업급여 수준과 국민총생산(GDP) 대비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위한 재정지출 수준이 모두 OECD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직장을 잃으면 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구직이나 재교육 비용도 모두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수치다. 덴마크는 실업 상태라 하더라도 교육이나 의료 주거 등 기초 생활 부분에서 개인의 부담이 적은 복지국가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1ㆍ2차 시장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복지 수준과 최저임금을 높이고 실업에 대비한 완충장치를 갖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런 바탕 위에서야 1차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등의 노사정 합의가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별, 그룹별, 또 정부차원의 협의기구가 필요하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최근 열린 공정노동시장연구위원회 워크숍에서 "우리사회는 같은 기업집단 내에서도 근로조건 격차가 심각하다"면서 "2차 노동시장까지 포함한 전체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집단에 '그룹 노사협의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등 기업집단에 속한 노동자의 정보권과 협의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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