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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신년기획] 한국, 세계 최장 노동국가… 주 40시간 지켜 일자리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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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신년기획] 한국, 세계 최장 노동국가… 주 40시간 지켜 일자리 늘려야

입력
2014.01.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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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반월산업단지의 한 자동차 부품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김정진(37ㆍ가명)씨는 월 평균 100시간이 넘는 잔업ㆍ특근을 한다. 주간조일 때 거의 매일 3시간30분씩 잔업을 하고, 주말에는 특근을 한다. 쉬는 날은 한 달에 이틀, 야간조에서 주간조로 근무조가 바뀔 때뿐이다. 김씨는 "밤샘 작업에다 365일 회사 일에만 매여있는 기형적인 생활"이라고 푸념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회사는 생산 물량이 많을 때만이 아니라 1년 내내 잔업ㆍ특근을 하는 근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 김씨의 월급 340만원 중 기본급 160만원, 상여금 80만원을 뺀 나머지 100만원 정도가 잔업ㆍ특근 수당이라 잔업ㆍ특근 없이는 가족 생활비가 빠듯하다. 김씨는 "언제까지 이렇게 산업화 시대처럼 일해야 하느냐"며 "아플 때는 쉬고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며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사무직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정보기술(IT)업체에서 일하는 박기현(35ㆍ가명)씨는 보통 밤 10시에 퇴근한다. 일이 몰리면 밤 12시까지 일할 때도 적지 않지만 초과근로시간을 따지지도 않는다. 많은 사무직들은 실제 초과근로를 한 시간과 상관없이 미리 정한 액수만큼의 초과근로 수당만 받는 '포괄임금제'로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박씨는 "회사가 인력을 3, 4명만 충원해도 제 시간에 퇴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계속 채용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

우리나라의 법정근로시간은 1989년 주 48시간에서 44시간, 2004년 다시 40시간으로 줄었다. 회사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돼 2011년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주 40시간 근로가 도입됐지만, 현실은 대-중소기업 생산-사무직 가릴 것 없이 장시간 근로가 만연해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2012년)에 따르면 실제로 전체 근로자의 45%가 주 40시간 이상 일하고, 법정 연장근로 한도(12시간)를 초과해 주 52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도 12.8%에 달한다. 2012년 연간 실근로시간은 2,09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705시간)을 400시간 가까이 웃도는 '세계 최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불명예도 여전하다.

장시간 노동 관행은 노사간 이해관계와 허술한 법에서 비롯됐다. 최소 인력의 장시간 근로로 수요 변화 등에 대응,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과 잔업ㆍ특근 수당으로 임금을 높이려는 노동자들의 '담합'이 오래 지속돼 왔다. 저임금 노동자는 생계비를 충당하기 위해, 고임금 노동자는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자"며 연장근로를 한다. 여기에 '연장근로는 휴일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부의 행정해석으로 인해 토ㆍ일요일 각각 8시간씩 휴일근로에 연장근로 12시간까지 주당 총 68시간까지 합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 또 운송업 금융업 등 26개 특례업종은 등은 이런 제한조차 받지 않는 등 전체 근로자의 47%인 552만명은 근로시간 규제 자체를 받지 않고 있다.

노동시간 길수록 생산성 고용률도 낮아

외국 사례를 보면 장시간 일하는 국가 중 노동 생산성과 고용률이 높은 국가는 없다. OECD국가 중 네덜란드 프랑스 등 연간 실근로시간이 1,600시간 미만인 국가 대부분은 노동자 1인의 시간당 생산성이 50달러를 넘지만 우리나라 멕시코 등 1,800시간 이상 일하는 국가들은 30달러도 안 된다. 고용률 역시 1,600시간 미만 국가들은 75%를 넘는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장시간 근로 국가들은 65%도 안 된다. 노동시간이 길수록 생산성이 떨어지고 고용률도 낮은 것이다.

물론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기업마다 노동강도 강화, 공장 해외이전, 설비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KDI 유경준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이 지난해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효과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실근로시간을 OECD 국가 평균으로 줄이면 고용률은 경기에 따라 68.8~69.8%(3.8~4.87%포인트 상승)에 이르는 것으로 예측됐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이 OECD 국가의 2000~2010년 연간 근로시간과 고용률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근로시간 100시간 감소 시 고용률이 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러 교대제 형태 중 2조2교대 비율이 전 산업의 63.5%, 자동차 산업의 90.7%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 장시간 근로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데, 이를 3조2교대 등으로 바꾸면 새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도 그 만큼 커진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ㆍ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산업화나 고도성장기 방식대로 운영하다 보니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를 달성했을 때보다 연간 300~400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의 장시간 모델에서 벗어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맞벌이 중심의 지속가능한 새 고용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본부장은 또 "이 모델은 가구소득을 높여 내수 진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뿐더러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회적 요구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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