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중ㆍ고교 체육교사 임용시험 문제 사전유출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에 응시생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문제의 내용이 출제위원 H교수가 소속된 K대의 특강자료에 나오긴 하지만 형식이 달라 유출로 볼 수 없다'는 평가원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10년 경력의 임용시험 학원 강사는 "때리긴 했지만 폭행은 아니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임용시험 나흘 전 열린 K대 특강 자료에는 '토마스의 스포츠 참가 5단계'가 포함돼 있었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의 태도를 지향, 준비, 참여, 몰입, 결의 단계로 정리한 이 이론은 수백 종의 관련 서적 중 (1999년ㆍ체육사상연구회)에만 나온다. H교수는 이번 시험에서 주인공이 경기에 '몰입'하는 삽화를 제시하고 이것이 토마스 이론의 어느 단계인가를 묻는 문제 등을 출제했다. 응시생들은 "K대 특강자료를 보지 않고는 풀 수 없는 문제"라며 '극심한 정보의 불평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 유출 의혹을 조사한 경찰은 '특강자료는 5단계를 서술했고, 출제된 문제는 이 중 몇 단계인가를 묻는 것으로 형태가 달라 유출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내사 종결했다. 평가원은 관련 학계에서도 "토마스 이론을 에서 다루고 있으므로 보편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평가원이 자문을 구한 2개 학회 중 한국체육사학회는 H교수가 회장과 고문을 지낸 곳이다. 응시생들은 "체육사학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H교수의 문제 유출 의혹을 조사하면서 그가 관여한 학회의 자문을 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응시생들은 또 "통상 대학들이 시험 2주 전 특강을 하는데 K대는 나흘 전 특강을 실시한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경찰에 따르면 K대는 이에 대해 특강 일정은 서울에 거주하는 K대 출신 응시생들의 편의 등을 고려해 학생들끼리 의견을 모아 정한 것이며 학교 측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더 큰 문제는 임용시험 문제 사전유출 논란이 거의 매년 되풀이되는데도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번에는 확실한 정황 증거가 있는데도 유야무야 돼 버려 응시생들의 좌절감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응시생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10년간 키워 온 교사의 꿈을 버렸다"고도 했다.
모든 시험이 그렇지만 교사 임용시험은 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교사의 가치관이 많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강자료'라는 낙하산을 타고 교사 자리를 차지한 사람에게 바른 가치관을 기대할 수 없다. 시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해마다 반복되는 의혹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평가원을 비롯한 관계 당국이 급한 불을 껐다고 안도할 때가 아니다.
김관진 사회부 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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