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2년 연속 해를 넘겨 국회 예산안을 처리하는 불명예를 안긴 했지만 이런 구태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예산안 본회의 자동부의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여야가 2012년 개정한 국회법(제85조의3)에 따르면 국회 예결특위는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에 대한 심사를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한다. 이때까지 심사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예산안은 다음날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이번처럼 연말에 벼락치기 식으로 예산을 처리하는 구태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해마다 반복된 예산안 늑장 처리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여야가 스스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준수하도록 마련한 강제 장치인 셈이다.
지난해에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벼랑 끝 대치로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을 넘긴 12월 4일에야 예산안이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상정되면서 '졸속ㆍ부실 심사'는 불을 보듯 뻔했다. 또 국정원 개혁안 및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쟁점 법안 처리와 연동되면서 결국 예산안 처리는 2년째 해를 넘기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다만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은 국회와 정부의 준비상황을 감안해 올해 5월 30일부터 시행키로 했기 때문에 이번 예산안 처리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회계연도 90일 전(10월 3일)이던 정부의 예산안 제출시한은 올해부터 120일 전(9월 3일)으로 앞당겨진다.
예산안 자동 부의제 도입에 따라 여야의 예산안 심사ㆍ처리 풍경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여당 입장에선 과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한 예산안 단독 처리 시도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예산안 상정과 쟁점 현안을 연계하는 전술을 사용하던 야당의 관행도 더 이상 명분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 입장에선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권한 중 하나가 예산안 심사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심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이 조항에 따르더라도 여야가 예결위나 본회의에서 극한 대립하면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까지 방지할 수는 없다. 예산안을 제 때 처리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는 마련됐지만 올해처럼 다른 정치ㆍ사회 현안이 발생하고 여야 대립이 첨예해지면 국회공전에 따라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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