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나서는 모태범(25ㆍ대한항공)의 목표는 분명하다. 남자 1,000m 정상에 오르겠다는 것이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500m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모태범은 "1,000m에선 세계선수권 우승도 없고 올림픽 금메달도 없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현재 몸 상태는 80~90% 정도다.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00m에 맞춰 근지구력 훈련과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꼭 한 번 큰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모태범의 라이벌은 '흑색 탄환' 샤니 데이비스(32ㆍ미국)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연거푸 남자 1,0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6세 때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은 그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선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출전한 특이한 이력도 있다. 흑인 선수 최초로 동계 올림픽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이기도 하다.
신기록 보유자 데이비스, 상승세의 모태범
데이비스는 1,000m와 1,500m 세계 신기록 보유자다. 2009년 3월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1,000m에서 1분06초42의 신기록을 세웠다. 같은 해 12월, 역시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1,500m에서는 종전 기록을 1초 가까이 줄이며 1분41초04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데이비스는 올 시즌 1~3차 월드컵에서도 1,000m 금메달을 싹쓸이 했다. 이 종목 올 시즌 최고 기록(1분06초88)도 그가 세웠다. 미국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지난해 11월 소치 올림픽을 빛낼 10명의 선수들을 거론하며 피겨에서는 김연아(24)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선 데이비스가 우승할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최근 컨디션은 모태범도 만만치 않다. 마지막 월드컵 대회에선 모태범이 데이비스를 꺾었다. 모태범은 지난해 12월 8일 독일 베를린에서 끝난 2013~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 1,000m에서 1분09초50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미첼 물더(네덜란드)가 1분09초52로 2위에 올랐고 데이비스가 1분09초59로 뒤를 이었다.
모태범은 "500m는 잘 타는 선수들이 많다. 특정한 선수를 라이벌로 지목하기 힘들고 각 나라에 에이스들이 7,8명 정도 있는 것 같다"라며 "1,000m에선 물더도 있지만 데이비스가 가장 위험한 존재다. 소치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모태범의 1,000m 최고 기록은 데이비스에 1초 정도 뒤진 1분07초26이다.
쇼트트랙으로 엮인 라이벌
시카고 출신의 데이비스는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 17세 때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주니어 대표로 동시에 선발됐다. 그는 2000년부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까지 3년 동안 '이중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다 2003년부터 스피드스케이팅에만 집중했다. 데이비스는 곧바로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직선 주로에서 끌어올린 스피드를 코너를 돌면서 얼마큼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상체를 최대한 숙여 공기 저항을 견뎌내야만 한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으로 코너링만큼은 자신 있는 데이비스가 여전히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는 이유다. 모태범은 쇼트트랙 경험은 없지만, 훈련만큼은 쇼트트랙 선수처럼 하고 있다. 여자 단거리의 간판 이상화, 남자 장거리의 이승훈과 함께 쇼트트랙 스케이트화를 신고 하루에 3시간씩 훈련을 하고 있다. 코너를 돌 때 속도를 줄이지 않기 위해서다. 월드컵 4회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던 원동력도 쇼트트랙 훈련 법이 한 몫 했다. 모태범은 또 레이스 후반 체력 저하를 보완하고자 '장거리 전문' 이승훈을 파트너 삼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3,000m, 5,000m 등을 꾸준히 타면서 1,000m에 모든 힘을 쏟아부울 수 있도록 몸을 만드는 중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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