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경제개혁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완화할 수 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지난해 12월 2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선진국들의 사례를 제시하며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동안 노동과 자본 투입을 통해 '선진국 따라잡기'식 성장을 해 왔지만 이제 어느 정도 한계에 이르면서 총요소생산성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혁신과 구조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구조개혁에 실패한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고 성공한 싱가포르 등은 참고해서 경제의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나라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_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추세임은 부인할 수 없고, 앞으로도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우리 경제가 성숙해져 더 이상 선진경제 모방을 통해 투자기회를 창출하고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축소됐다는 게 두 번째 이유다. 이에 따라 KDI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현재 3대 중반에서 2020년대 2%대, 2030년대 1%대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_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대비 정책을 최근 수년 동안 펼치고 있지만 출산율이나 여성 고용 모두 늘지 않고 있다.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구비되고 제대로 집행돼야 하는데 아직 미비한 점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도 정책을 수립하는 것보다 집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보육서비스에 대한 감독이 부실하고 품질 관리가 미흡해 양질의 보육시설이 부족하다. 보육ㆍ육아교육 재정지출은 4년 만에 2.6배로 급증했지만 기혼여성의 고용증가 목표와는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심지어 어린이집에서 워킹맘을 차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제도 개선을 통해 양질의 보육서비스가 취업한 엄마에게 적절히 제공된다면 여성 고용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_청년 고용률이 40.4%로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005년부터 중장년 고용률과 청년층 고용률이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취업은 물론 교육도 받지 않고 있는 니트(NEET)족도 2005년 57만7,000명에서 2012년 72만4,000명으로 급증했다. 사회에 진출했을 때 좋은 일자리, 반듯한 일자리를 가져야 성공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데 현재 청년들 입장에선 희망이 너무 안 보이는 것이다. 경직된 학교 교육으로 노동시장과 잘 연결되지 않는 게 문제다. 학교에서 직장을 체험하고 반대로 직장에서도 학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2' 사업도 확대 강화해야 한다."
_설비투자가 감소하고 민간소비도 최악이다. 내수 활성화가 절실한데.
"소비와 투자를 당장 살릴 수 있는 묘안은 없다.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며 경제 전반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돼야지, 괜히 부양을 위한 조급한 정책을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례로 우리 가계는 돈이 있는데 소비를 안 하는 것이 아니고 낮은 저축률과 가계부채 등으로 인해 돈이 없어서 소비를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확대 정책을 지속하여 가계의 소득을 조금이라도 증가시키고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산업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에 비해 소외돼 있고 생산성도 매우 낮은 서비스업 부분을 활성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훌륭한 글로벌 기업이고 수출을 많이 하지만 정작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면허 보유자 위주로 되어 있는 의료 등의 서비스업 진입 규제를 혁파하고 창업과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는 인프라와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_노동과 자본 투입이 한계라면 총요소생산성의 성장 기여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우리 사회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경제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독과점 규제강화, 개방 확대, 부실기업 구조조정 촉진 등을 통해 기업 간의 경쟁을 더욱 촉진해야 한다. 일부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완화하고 대다수의 여타 근로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강화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혁파하는 것도 총요소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다. 복지 지출과 인프라 투자가 정치적 관점에서 비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지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점검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개혁을 하기 위해선 우리 정치시스템이 먼저 선진화되어 진정으로 우리 사회발전을 위한 개혁 방향이 어떤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대담 최진주기자
사진 신상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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