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개혁 경험은 경제성장이 도전에 직면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예를 보여준다. 이 나라의 성장 경로에 침체나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물은 종종 경제 개혁을 시행하는 기회가 됐고, 이 개혁은 추후 생산성과 성장률을 향상시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성장률과 생산성 제고 방법을 제시하는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평가한 대목이다.
전쟁의 폐허와 외환위기 등 위기가 닥칠 때마다 성공적으로 이를 극복한 우리나라의 저력은 이처럼 국제사회가 롤모델로 삼을 정도다.
2014년 새해를 맞아 우리나라는 또 하나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금까지 잘 작동돼 오던 성장의 엔진이 서서히 멈추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추세를 바꾸지 못한다면 2030년 인구 네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되며,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해 일자리가 매년 줄어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30~50년 우리 경제의 평균 잠재성장률이 1.0%로 떨어져 OECD 34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불리는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나타낸다. 일시적인 경기 침체는 부양책 등을 통해 회복시킬 수 있지만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줄어든다. '일본식 장기침체'가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일본과 달리 국민소득 4만달러대의 선진국에 진입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이 추락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일은 단기간에 가능하지 않다. 생산요소 관점에서 본 잠재성장률은 노동력이나 자본 투입, 또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높아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이미 이 세가지 요소 모두 정체 또는 쇠락하고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딛고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지금까지 한국 경제에 성공을 가져다 준 기존 정치 경제 사회 패러다임 전체를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정부의 리더십과 국민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970, 80년대는 노동 투입, 90년대와 2000년대 첫 10년은 자본 투입으로 성장해 왔으나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면서 "경제는 물론 전 분야에서 미지의 성장요소 즉 '블랙박스'를 찾아야 할 때"라고 진단한다.
당장은 암울해 보인다. 2014년 새해에도 여전히 정치 경제 사회 전분야에서 대립과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서비스 부문 혁신, 교육 및 노동 개혁 등을 추진해서는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어렵고 더디더라도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우리 경제ㆍ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전반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전세계가 인정하는 우리국민의 저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잠재성장률 하락과 장기 저성장의 위험성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해결방법을 찾는다면 극복하지 못할 것도 없다. 2014년 새해를 맞아 한국일보는 LG경제연구소와 협력해 성장잠재력을 높여줄 블랙박스를 찾아 나선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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