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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ㆍ토양까지… 치밀함이 만든 '천혜의 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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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ㆍ토양까지… 치밀함이 만든 '천혜의 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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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3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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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양 폭발적 증가에 '전기먹는 하마' 인식2010년 '장경각 프로젝트' 돌입… 전국 28곳 추려 철저 검증끝 낙점외부공기 이용 열 식힘 기술 적용에너지 소비량 57% 줄여 美 그린빌딩위원회 인증세계 유일 최고 등급 받아

지난달 30일 강원 춘천 구봉산 자락에 자리 잡은 네이버 데이터센터(IDC) '각(閣)'.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리드 플래티넘(LEED PLATINUM) v2009'라고 새겨진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이는 미 그린빌딩위원회(USGBC)가 자연 친화적 빌딩, 건축물에 주는 세계적 권위의 인증인 리드의 최고 등급이다.

구지현 인터넷데이터센터장은 "전 세계 IDC 중 플래티넘을 받은 곳은 각이 유일"하다며 "천혜의 자연 조건과 7년 가까이 연구개발(R&D) 해 온 네이버의 친환경 설비 관련 기술이 어우러져 만든 과학건축물임을 인정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은 2011년부터 네이버가 국내 인터넷 회사 중 처음으로 1,500억 원을 들여 만든 IDC로 지난해 6월 공식 개관 이후 페이스북, 구글, IBM 등 글로벌 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찾아와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가고 있다. 박원기 본부장은 "빅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 모든 기업이 IDC의 전력량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데이터센터는 수 많은 서버와 장비 때문에 '전기 먹는 하마'라고 하는데 각은 미 냉난방공조엔지니어협회가 정한 IDC 평균 에너지소비량의 57%나 줄였다는 사실에 놀란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 IDC들이 쓰는 전력 비중은 전체 전력량의 3% 남짓. 그러나 데이터 양이 폭발적으로 늘면 장비와 공간도 많이 필요하고 전력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네이버도 1일 평균 ▦PC, 모바일 검색 건수 3억 건 ▦스마트폰으로 N드라이브에 업로드 되는 사진 2,000만 장 ▦라인을 통한 송수신 메시지 72억 건 등 엄청난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네이버 측은 현재 운영 중인 본관과 서버관(북관) 외에 또 다른 서버관(서관)을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올 상반기 중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친환경 IDC에 대한 고민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네이버는 대형 통신회사의 IDC 일부를 빌려 쓰고 있었다. 내부 구성원들은 스스로 IDC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뜻을 모으고 IDC전담팀을 꾸려 외부 공기를 이용해 서버의 열을 식히는 방식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실제 적용했다.

하지만 임대 공간은 제약 조건이 많았고 결국 2010년 '장경각 프로젝트' 라는 이름으로 IDC 짓기에 돌입한다. 장경각은 800년 가까이 팔만대장경을 보관해 온 경남 합천 해인사의 건물. 박 본부장은 "장경각이 물, 바람, 불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자연친화적, 과학적 기술과 자료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담고 있듯 네이버에 쌓인 기록을 잘 지켜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땅을 고르는 과정도 정성을 다했다. ▦전력의 안정적 공급 ▦바깥 공기로 뜨거워 진 서버를 식힐 수 있는 서늘한 환경 ▦문제 발생시 응급 조치가 가능할 수 있는 수도권에서 1시간 이내 거리 등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을 찾아야 했다. 구 센터장은 "기상청 데이터, 부동산 정보 등을 통해 28곳을 추렸고 직접 찾아 다니며 검증한 끝에 구봉산 일대를 부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곳은 연 평균 기온이 수도권보다 1~2도 낮고 수력발전소 6기가 밀집한데다 50년 가까이 대형 자연 재해 한 번 없었기 때문. 특히 여름에도 찬 바람이 불기 때문에 서버를 식히는 데 에어컨을 틀 필요가 없다.

게다가 ▦더운 날씨 때 들어온 '따뜻한' 외부 공기에 미세한 수증기를 뿌려 열을 빼앗은 뒤 서버실 내부로 보내는 장비(AMU) ▦일반 서버보다 전력은 덜 먹고 높은 온도에서 작동 가능한 서버 ▦일반 랙(서버를 꽂는 책장)보다 더 높이 만들어 서버를 3배 이상 더 꽂을 수 있는 랙 등을 자체 개발했다. 네이버는 인터넷 서비스 회사치고는 특이하게 에너지 효율 관련 특허 기술을 15개나 보유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서버를 식히느라 뜨거워진 공기를 그냥 내보내지 않고 온실에 열을 공급하고 센터 내부 비탈길에 쌓인 눈을 녹이는 도로 밑 열선 운영에 쓴다"며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세심함이 세계 최고의 친환경 건축물에 뽑힌 비결"이라고 말했다.

춘천=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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