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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신년기획] 요동치는 동북아… 한반도 정세와 외교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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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신년기획] 요동치는 동북아… 한반도 정세와 외교 해법은

입력
2013.12.3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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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동북아의 거대한 지각판이 2014년 또다시 요동칠 조짐이다. 지역 맹주로 군림하려는 중국과 아시아 중시정책으로 맞선 미국, 그리고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본간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파열음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은 집단적자위권, 방공식별구역, 미사일방어(MD)체제 등 대형 이슈에 떠밀려 셈법이 갈수록 복잡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도 가중되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반도는 주변세력이 충돌하는 격변의 시기에 늘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었다. 17세기 중국의 명청 교체기와 구한말 열강의 아귀다툼이 단적인 예다. 하지만 두 사례 모두 우리의 외교전략이 실패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던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갑오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현재의 해법을 찾고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과거의 경험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유다.

미중간 가치관ㆍ규범의 충돌

명청 교체기의 동북아는 양강구도였다. 오늘날 미중 양국이 G2로 불리는 것과 유사하다. 당시 광해군이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실리외교를 펼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추구하는 '연미화중(聯美和中)' 외교에 비견된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해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구상이다.

특히 명나라와 조선은 가치관과 규범을 공유했다. 조선이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한 것도 그 때문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한국이 동맹인 미국의 제도와 사상, 문화를 받아들여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과 비슷하다.

반면 신흥세력인 청나라는 이와 달랐다. 청은 당시 패권국인 명의 문물과 문화를 모두 받아들이면서도 명 왕조를 무너뜨리고 주변국을 굴복시키는 패도적 외교전략을 구사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이 정해놓은 국제규범을 수용하고 있지만 커진 국력을 배경으로 갈수록 패권적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중국이 자국의 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며 고조된 방공식별구역 갈등이 대표적이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31일 "중국은 미국의 기준과 규범을 받아들이면서도 핵심이익을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합집산 통한 세력균형

현재의 동북아 정세는 구한말과도 많은 공통점이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여러 주변국이 관여해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점이 그렇다. 동북아의 역내 정치지형은 전세계적인 미중간의 양강구도를 반영하면서도 각 분야별, 이슈별로 국가간 다층적인 갈등구도를 형성하는 다극체제의 특징을 보여준다.

구한말 동북아를 지배한 정치논리는 세력균형이었다. 해양과 대륙세력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열강들은 이 지역이 경쟁국의 독점적 지배하에 놓이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중국이 박근혜 정부 이후 부쩍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이 전통적인 한미일 3각협력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립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 같은 경계심과 대결양상에 따라 국가간 이합집산이 활발하다. 미국은 구한말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지금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이 추진하는 집단적자위권은 미국과의 협력에 따른 반대급부나 다름없다. 중국 또한 러시아,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 강도를 높이며 동북아 이슈에 대한 발언권을 확장하고 있다.

구본학 한림대국제대학원 부총장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동북아의 이슈를 주도하고 각국이 긴장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구한말과 오늘날의 한반도는 모두 격동의 중심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현상보다 의도를 파악해야

명청 교체기의 조선은 중국 대륙의 패권이 바뀌는 국제정세 흐름을 비교적 제대로 읽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대외인식을 정책에 반영해 국익을 도모하기 보다는 국내정치 파벌간 이득을 챙기는 수단으로 잘못 이용했다. 그 결과 중립을 표방하며 실리를 챙기려던 광해군의 외교노선은 인조반정이라는 역풍을 만나 좌초됐다. 당시 반정세력은 명나라에 대한 '재조지은'(再造之恩ㆍ나라를 구해준 은혜)과 소중화 의식에 묶여 오랑캐로 폄하했을 뿐 청나라의 실체와 우리 역량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 오늘날 전통적인 한미동맹만을 강조한 나머지 굴기(屈起)하고 있는 중국의 실체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한말도 마찬가지다. 고종은 미국이나 영국의 선의에 의지하면서 일본을 대신할 안전판이라는 생각에 갇혀 유럽강국들이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영일동맹을 통해 조선을 일본에 넘기는 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현재 우리도 동북아를 휘감고 있는 이슈를 따라가는데 급급할 경우 강대국간 빅딜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명청 교체기, 구한말 위기와의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동북아 정세나 역閨링동?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우선 미중 양국은 '신형대국관계'로 상징되듯 갈등 속에서도 공존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림팩 군사훈련에 참여하는 건 일방적인 대결구도에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명ㆍ청 교체기 '세력전이'와 확 다른 모습이다.

더욱이 지금 한국의 국력과 외교적 역량은 제국주의 열강에 휘둘려 끌려 다니던 대한제국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중견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미중 양국을 상대로 끊임없이 공간을 확보하고 우리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노력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은 동북아에서 무시하지 못할 존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변함이 없으며, 근세사에서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내부의 결속과 역량의 극대화, 국제질서의 변화와 흐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없다면 요동치는 동북아 격랑 속에서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보다는 미래, 현상보다는 주변국의 의도를 파악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래야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이슈를 선점하면서 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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