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응모작 수는 대폭 증가하여 총 157편이다. 응모작들의 수준 또한 고르게 높아진 것과 함께 자기만의 색깔과 희곡적 언어를 가진 참신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심사위원들에게는 매우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김태범의 '무정자증', 황순희의 '우리는 약속이었다', 손 미의 '속', 김원태의 '오늘의 저격수는 딸기 맛 초코바를 먹는다'이다.
'무정자증'은 시종 조롱하는 듯한 대사의 유희성과 희화화된 캐릭터 구축이 좋았으나, 장황한 사건 전개에 못 미치는 다소 평이한 결말이 아쉬웠다.
'우리는 약속이었다'는 우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극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전형적이고 단선적인 내러티브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속'은 언어적 감수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간결한 대사와 시적으로 압축된 무대 울림이 좋았다. 그러나 관념성과 추상성이 소통될 수 있는 연극적 서사로 전환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오늘의 저격수는 딸기 맛 초코바를 먹는다'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부조리한 권력 시스템을 냉소하고 풍자한 작품이다. 희극적으로 설정된 상황이 전혀 작위적이거나 억지스럽지 않게 읽혀지며, 무엇보다 두 명의 인물이 끊임없이 미끄러져가듯 떠들어대는 대사의 역동성과 관계가 전복되는 극의 구성미가 재밌었다. 그러나 자칫 소모적이고 산만해 보일 수 있는 곁가지의 대사들이 극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어 정제가 필요한 듯하다.
최종적으로 '속'과 '오늘의 저격수는 딸기 맛 초코바를 먹는다' 두 작품을 놓고 논의한 결과 사회와 인간에 대한 통찰력으로 신뢰감을 준 '오늘의 저격수는 딸기 맛 초코바를 먹는다'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어찌 보면, 신춘이란 말에는 회춘이라는 뜻도 담겨 있겠다 싶다. 이번에 당선된 작품은 물론이고 당선되지 못한 작품들까지도 심사위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대한민국 연극계에 다시 한 번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으면 한다.
심사위원: 한태숙, 최치언
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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