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MBC에서 MC를 한 적이 없어요. 그렇다면 '진짜 사나이'에서 진행을 했다는 겁니까?"
개그맨 서경석이 지난 29일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MC인기상을 받자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서경석은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는 40대 중년 병사로 활약하고 있는데 그런 그에게 MC인기상이라는 타이틀로 상을 줬으니 이런 난감한 소감을 할 만하다.
연말 방송사 시상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이미 다 아는 바이지만 지난해에는 유난히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준도 없고 의미도 사라져 시상식의 권위를 땅바닥으로 추락시켰다는 평가가 많다.
31일 열린 SBS 연예대상은 총 24개 부분에서 무려 50명 이상이 트로피를 받았다. 명목도 다양하다. 우정상,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베스트 챌린지상, MC신인상 등 기준도 없는 상이 넘쳐났다. 그렇다고 한 사람에게만 영예를 안겨준 것도 아니다. 우정상은 이광수, 류담, 김성수, 조여정 등 총 4명,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역시 박준규, 김종민, 황광희 등 3명이 받았다. 또한 사회공헌상(심장이 뛴다), 우수프로그램상(K팝스타, 힐링캠프), 최우수프로그램상(런닝맨), 시청자가 뽑은 최고인기상(런닝맨), 베스트 패밀리상(자기야-백년손님), 베스트 팀워크상(스타주니어쇼 붕어빵), 베스트 스태프상(정글의 법칙) 등 7개 팀(담당 PD와 출연자)이 수상했다. SBS는 시상식이 열리기 전에 온라인을 통해 최고 인기 프로그램과 인기 연예인을 투표했다. 그러나 나머지 상들은 어떤 기준과 과정을 거친 결과인지 전혀 알 수 없다.
MBC도 별반 다르지 않다. 총 30개 부문 중 우정상, 특별상, 올해의 스타상, PD상, 인기상 등도 끼워 넣어 수상자를 남발했다. 또한 올해 인기리 방영됐던 '일밤-아빠!어디가?'와 '일밤-진짜 사나이', '무한도전', '세바퀴', '나 혼자 산다'의 출연진 대부분이 상을 받았다. '아빠!어디가?'의 경우 대상을 비롯해 쇼ㆍ버라이어티 우수상(성동일), PD상(김성주), 올해의 스타상(송종국, 이종혁, 윤민수), 특별상(김민국, 윤후, 성준, 송지아, 이준수)을 받아 식상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KBS도 총 27개 부문 중 특별상, 프로듀서 특별상, 정보·쇼 최고 엔터테이너상, 버라이어티 최고 엔터테이너상, 모바일 TV 인기상, 실험정신상 등으로 수상을 남발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상식의 묘미인 긴장감마저 사라졌다.
또한 방송시상식에 뜬금없이 가수들을 위한 상을 마련해 눈총을 받았다. MBC 연예대상에선 가수 이미자가 공로상을 받았고, 아이돌 그룹 2PM과 샤이니에게도 인기가수상을 주었다. 이미자는 "노래하다 보니 이런 행운도 있다"고 애써 태연한 척 했고, 2PM도 "시상하러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동방신기의 최강창민과 가수 존박도 KBS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버라이어티 최고 엔터테이너상과 쇼·오락 MC남자신인상이라는 애매한 상을 각각 수상했다.
배우에게도 상을 너무 후하게 주어 시상식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SBS는 송지효(여자최우수상)와 성유리(여자우수상), 박준규, 이광수, 조여정, 김성수에게 상을 줬다. MBC는 김수로(최우수상), 성동일과 김광규, 소이현, 이소연(이하 쇼·버라이어티 우수상), 이종혁과 류수영(이하 올해의 스타상), 김용건과 조형기(이하 우정상) 등 출연자들에게 모두 상을 퍼주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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