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31일 해를 넘기지 않고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여야 모두 이날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이라는 정치적 부담감을 느낀 탓인지 지도부는 사력을 다 해 협상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외국인투자촉진법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막판에 불거지면서 예산안과 쟁점 입법의 일괄 타결은 여전히 진통을 겪었다.
여야의 힘겨루기가 심각했던 국정원 개혁입법 협상은 의외로 순조롭게 풀렸다. 국정원개혁특위 여야 간사가 전날부터 밤샘 협상을 통해 머리를 맞댄 덕분인지 오전 협상 시작 1시간 30분만인 10시쯤 비교적 수월하게 합의문을 도출했다. 양당 추인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일부에서 각기 "너무 많은 것을 받아줬다" "미흡한 개혁안"이라는 불평과 불만을 드러내긴 했지만 예산안 처리를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로 인해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국정원 개혁입법 협상이 타결되는 동안 국회는 10시부터 본회의를 열고 법사위를 통과한 일반 법안을 순조롭게 통과시켰다.
하지만 복병은 따로 숨어 있었다. 새누리당이 최우선 법안으로 지주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요구하면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극렬하게 반발하면서 예산안과 쟁점 법안 처리에 장애물로 등장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혁안에서 민주당의 요구를 대폭 들어준 만큼 외촉법도 국정원 개혁안과 예산안, 세법개정안 등이 패키지로 일괄처리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외촉법이 안되면 나머지도 다 없던 일"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예산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서는 외촉법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외촉법은 특정재벌을 위한 특혜 입법"이라고 강하게 반대하면서 여야의 눈길이 막판 변수인 외촉법 처리로 쏠렸다.
민주당은 애초부터 외촉법을 '일부 재벌 기업을 위한 특혜입법'이라고 반발해 왔다. 이날 기재위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새누리당이 외촉법과 세법개정안을 연계한다면 조세소위를 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본회의 전 최종 문턱인 법제사법위원회의 박영선 위원장도 외촉법 처리에 부정적 입장을 시사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의원총회를 열고 당내 의견 수렴과 함께 강경파 의원들을 향한 설득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총회가 3시간을 넘겨 길어지면서 이날 오후 속개하려던 본회의도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국회 주변에서는 "올해도 심야에 예산안을 가까스로 처리하는 '제야의 종' 예산안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허경주기자 fairyh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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