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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월 1일] 2014년의 응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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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월 1일] 2014년의 응답 과제

입력
2013.12.3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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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가 많은 국민의 호응을 얻었다. 연애 이야기 속 흥미로운 대사와 기막히게 재현된 추억의 소재에 대한 응답 같지만, 작금의 복잡한 현실 회피를 위한 과거 지향적 응답은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2014년 첫날 대한민국이 미래에 응답해야 할 현실 과제는 산적해 있다. 드라마 속 복고적 소재들은 웃음을 자아낼 만큼 많은 변화를 거듭해 왔지만, 국가의 주요 의제들은 비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를 통해 주목했던 1994년을 돌아보며 2014년 현재 직면한 의제를 비교해 보자.

첫 의제는 북한이다. 1994년 9월 국제원자력기구는 북한의 핵안전협정 전면이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면서 조성된 당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북미 간 제네바 합의 전까지 최고조에 달했다. 이후 한반도 비핵화라는 구호만 있었을 뿐 2014년 현재 4차 북한 핵실험을 대비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북한 내부 변화에 대한 탁상공론도 그대로다. 1994년 7월 김일성의 사망은 은퇴설, 권력 이양설 그리고 김정일 체제가 언급된 지 거의 4년 후 일이었다. 다시 말해 1994년은 김정일 체제의 시작을 알렸던 해다. 2014년 북한은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지배 체제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해다. 그때나 지금이나 북한의 체제혼란, 권력붕괴 가능성 등 제한된 정보 속 추상적 논의만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이 와중에 안보 논쟁도 제자리다. 1994년의 주사파 논쟁은 2014년에도 이어질 종북몰이라는 프레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의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국정원의 역할과 권한 축소를 개혁으로 규정하고 정치 심판대 위에 올려놓았다. 국가정보기관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권한만 축소하는 길을 가고 있다. 북한은 조금도 변한 것이 없는데 말이다.

두 번째 의제는 일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자위대가 독자적으로 해외에 파견된 첫 사례가 1994년 10월 르완다 구호활동이다. 당시 현지에서 활동 중이던 자국 민간단체 의사들의 구호 요청에 대응한 것이 평화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그들은 아예 이 평화헌법의 개정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주변국의 비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신사참배로 군국주의 야욕을 재차 입증해 주었다. 이처럼 핵심 대외 여건은 지난 20년간 크게 변한 것이 없다. 내부적으로는 개혁과 민주화, 정권 비판 등에 인색하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변화보다 지독한 갈등만 양산했다. 결국, 이상적 논의보다 국가의 주변 정황에 따른 상대적 변화라는 정상 궤도를 찾아가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따라서 새해에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우리 사회 내부 갈등 과제만이라도 차분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의제는 바로 이 갈등이다. 1994년 6월 철도파업으로 전국 열차운행이 마비되었다. 당시 지하철 노조와의 연대로 이어지면서 순수 임금 투쟁에서 벗어나 정부와 노동계 간 정치적 힘겨루기로 확전되었다. 2014년 현재 철도노조 파업 철회와 관계없이 총파업 투쟁 기조와 중징계 원칙 등이 여전히 대립하는 상황 속에서 향후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통한 조정은 새로운 갈등 과제다.

1994년 여름 건국 이래 최초로 평균 기온 38.4도를 기록했던 것은 에너지 부족, 원전갈등의 서곡이었다. 2014년에는 전력난 해법을 모색하는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원전을 외면할 수 없는 현실과 이상적 대안 사이의 내재된 갈등은 여전하다.

하지만 두 사례 모두 정부 입장에선 시간이 조금 지체되더라도 철도 정책자문협의체, 신재생에너지 전문가 숙의과정 등 논의의 장을 통한 갈등 조정이라는 최소한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는데 새 희망을 가져본다. 이렇듯 국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제의 의사 결정에 있어서는 과거를 답습하지 않는 상호 응답형 갈등 해소 방식, 즉 유연한 타협과 조정으로 서로에게 응답하자. 대신 대내외적으로 과거에 얽매인 상대에게는 확고한 원칙 속 '응답하라'를 흔들림 없이 외치는 갑오년을 기대해 본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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