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은 22일만에 끝났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노동계와 정부간 대립은 여전하다. 민주노총은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 내에 정권을 퇴진시킨다는 목표로 총파업 결의대회를 이어갈 예정이고, 한국노총의 정부와 모든 대화 단절 방침도 최소 2월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철도파업에 대한 강경 일변도 대응과 민주노총 본부 강제 진입 등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은 만큼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노동전문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본인을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처럼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1980년대 스타일이고, 21세기 사회 통합의 핵심 기제는 소통과 관용"이라며 "정부가 먼저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정위원회가 노사 간 대화 촉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거나 노동계가 제기했던 이슈에 대한 상시적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풀려면 본부 강제 진입에 대한 국무총리의 유감 표명 등 유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노정관계와 노조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것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계속 법과 원칙만 강조하면서 법보다 신뢰관계와 타협을 중시하는 노사ㆍ노정관계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다"며 "법은 노사관계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보충적으로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법 불법의 관점으로만 노사관계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과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 이번 노정관계 파국의 원인이 된 코레일의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비롯해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등의 정리해고 문제는 모두 소속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경영상 문제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참여가 배제돼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권혁 교수는 "노사가 경영문제에 대해서도 대화하고 타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보니 불법파업 논란과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는 것"이라며 "이 기회에 30년 전 만들어진 노동법과 제도를 전반적으로 선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교수는 "노동 문제는 공안이나 법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대통령 주위에 노동전문가를 강화해 올바른 정책 제언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판결 및 정년연장 등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장시간 근로 개선 등 산적한 노동 현안들은 빨라야 2월부터 논의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노총은 1월말 위원장 선거가 마무리되면 내부 논의를 통해 다시 정부와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주노총과 정부의 대립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한국노총은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대화에 대해 논의할 것이고, 민주노총은 정부 퇴진 기조를 쉽게 바꿀 것 같지 않지만 비공식 접촉 등 여러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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