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통보를 받았을 때, 그는 꽤 담담했다. 1999년부터 1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응모해온 터라 이제는 "다 놓아버리는 단계"까지 와버렸고, 올해는 아예 한국일보 한 곳에만 원고를 보낼 정도로 마음을 비운 상태였다. 정작 기쁨에 겨워 울먹인 것은 그의 아내. 그제서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실감이 난 그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2014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 김태우(42)씨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구성, 제약회사 사사 편찬 등의 일을 해왔다. 성장기 내내 "세상에 배우와 작가보다 멋있는 일은 없다"고 믿어왔지만, 집안의 반대로 연극영화과도, 문예창작과도 가지 못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이래 그는 언제나 소설을 쓰고 있었다. 7년 전부터 커피 공부를 해오다 지난해 서울남부터미널 부근에 커피숍을 내기도 했지만, 그곳에서도 늘 소설을 써왔다.
"현실적 삶을 위한 일이지만 커피 내리는 일은 소설의 방법론과 꽤 많이 닮았어요. 힘을 빼고 욕심을 내지 않아야 잘 된다는 점에서요."
당선작 '피아노'는 두 아들의 아빠인 그가 첫째를 낳고 키우며 품게 된 생각들이 모티프가 된 소설이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무서웠어요. 이 녀석을 잘 키우려면 제일 먼저 기억해둬야 하는 게 뭐지, 생각하다가 집사람한테 이런 말을 했죠. 우리가 뭘 해서 아이가 잘 될 가능성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잘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요. 재능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게 발현될 때까지 기다리면 언젠가 반드시 나타난다고 믿거든요."
어떤 작가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무난한 취향"이라며 헤밍웨이, 카뮈 등을 열거하던 그는 갑자기 국내 소설가로는 김영하를 가장 좋아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선 소식에 '아, 앞으로 김영하 작가를 만나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정도라고.
"올해 당선이 안 됐어도 계속, 매년, 소설을 보냈을 거예요. 주제넘은 소리일 수도 있지만, 소설이란 제게 재주가 있거나 잘 쓰니까 쓰는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쓸 수밖에 없는 어떤 거죠. 제 마음에 어둠을 심는 것들,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그래도 잘 견뎌온 것은 소설을 썼기 때문이에요."
그는 "소설에 온전히 몸을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려 왔다"며 "나이가 들어서도 언제까지나 현역인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2014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인 김태우씨는 "소설 작법을 본격적으로 배운 일도, 함께 소설을 쓰는 문우도 없이 외롭게 소설을 써 왔다"면서 "돌이켜보면 그게 불안과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