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태●1979년 서울 출생. 서일대학교 연극과 졸업
"버스를 타고 서울광장을 지나는데 촛불을 든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세상을 말하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작가가 되겠다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되더라고요. 세상은 이토록 잘못 돌아가고 있는데 말이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201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김원태씨의 '오늘의 저격수는 딸기 맛 초코바를 먹는다'는 이 같은 찰나의 성찰에서 비롯됐다. 김씨는 연극 '기름고래의 실종'을 써서 서울연극협회가 주최하는 '2011 공연예술 인큐베이팅 사업'희곡작가 부문에 뽑혔고 작년 서울연극제에 초청을 받는 등 10여 년 동안 연극계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왔다. 어린이극을 전문으로 하는 예술단체 '올리브 앤 극단 곰달래'를 아내와 꾸리며 꾸준히 작품을 쓰고 무대에 올려온 그는 이번 신춘문예 응모를 통해 한동안 접었던 성인극 활동의 기지개를 켠 셈이다. 김씨는 당선 소식을 접한 지난 24일에도 인천에서 어린이극을 공연하고 있었다.
"연극이 뭔지 모르던 2000년 모 신문사에 신춘문예를 응모했다가 최종심에 올랐던 적이 있어요. 이걸 계기로 연극을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연극과를 다니고 작품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성인극을 쓰다 보니 무대에 올리는 과정에서 이래저래 상처받는 일이 많았어요. 어린이극을 하면서 이런 아픔을 많이 달랬지요."
김씨의 '오늘의 저격수는…'는 공연예술 인큐베이팅 참여 때 멘토로 인연이 닿았던 극작가 고연옥씨의 적극적인 독려가 밑바탕이 됐다고 한다. "단편을 쉼 없이 쓰라고 하셨어요. 그분의 지도 덕분에 15편 정도를 쓰게 됐죠. 이 가운데 더 이상 품어둘 수 없는 작품을 한국일보에 보내게 됐어요. 세상에 대해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걸 담았어요. 저격을 하라고 올라간 사람들이 누굴 감시하고, 보고도 못 봤다 말하는 모습들이 세상과 비슷하더라고요. 이 글을 쓰면서 많은 위로가 됐다고 생각해요."
연극 현장에서 줄곧 일하고 있지만 김씨는 2000년 응모 후 처음으로 신춘문예의 문을 두드렸고 바로 당선의 영광을 얻어냈다. "마감 몇 시간 전까지도 고민하다 응모했어요. 글을 읽어본 주변 분들이 '어렵다', '해석이 쉽지 않다'며 좀 쉬운 작품을 쓰라는 말들을 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제 글을 심사하시는 선생님들이 읽고 평을 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앞섰고, 그 덕분에 이런 기쁨을 얻은 것 같아요."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