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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4 신춘문예 - 동화 부문]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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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4 신춘문예 - 동화 부문] 심사평

입력
2013.12.3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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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편 가까운 많은 응모작 속에서 돋보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공들여 쓴 작품이 많았지만, 읽어나가는 동안 고만고만하다는 느낌의 연속이었다. 문체와 호흡, 이 두 가지가 뚜렷한 작품이 드물었다. 그런 가운데 '딱 좋은 날'(김정신) '응급 아이'(이민) '포대기 영감님'(채수연)을 발견한 것은 큰 수확이다.

'딱 좋은 날'은 쌍둥이 토끼가 주인공인 의인동화로, 일기 쓰기 싫어하는 아이들 심리를 잘 그려냈으며 문장이 간결하고 정갈하다. '응급 아이'는 노숙하는 조선족 아이의 처지를, 아이를 화자로 하여 박진감 있고 절절하게 그려냈다. '포대기 영감님'은 입양 문제를 다룬 작품인데, 포대기를 화자로 해서 아기를 맡았다가 외국으로 입양 보내는 가족의 이별의 아픔을 잘 드러냈다. '응급 아이'는 속도감 있는 문체가 긴박한 상황과 잘 어우러졌는데 결말이 급박하고 암시적인 것이 부담스러웠고, '포대기 영감님'은 포대기 화자를 잘 소화해서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는데 포대기가 화자여야 할 필연성이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세 작품 다 충분히 작가로서 역량을 보여주고 있어 고심한 끝에, 아이의 심리를 깊이 읽어내고 이를 은근하고 유머러스한 대화로 짜임새 있게 표출한 '딱 좋은 날'의 장점을 좀 더 높이 평가해서 당선작으로 밀었다.

이밖에도 노동자 파업에 대한 공감을 다룬 '아빠는 캠핑 중'(심진규), 자폐 증상이 있는 아이와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내 특별한 짝꿍'(서영미), 기발한 설정으로 선물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산타, 도둑으로 체포되다'(최사발)를 주목하였다. 사회 문제를 다룰 때는 이를 어떻게 아이의 삶과 심리에 밀착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며, 아이들 사이의 갈등을 다룰 때는 그 해결과 화해에 설득력 있게 접근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응모한 예비 작가들의 열정과 수고를 많은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었으나, 독자를 감동으로 이끄는 작품은 드물었다. 성실한 보고문을 작성할 게 아니라 생체 리듬이 실려 있고 개성적인 문체가 출렁이는,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은어처럼 싱싱하게 파닥이는 '생물'을 출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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