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조류에 역행하는 중국의 현실은 그다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10~15년 내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는 붕괴될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으로 지난 10월 해직 통보를 받은 샤예량(夏業良ㆍ53) 베이징(北京)대 경제학원 부교수의 지난 26일 마지막 수업이 중국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12명의 학생이 참가한 이날 수업에서 그는 미국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강의로 13년 의 베이징대 생활을 마무리지었다.
그는 수업에서 "베이징대를 떠나게 돼 만감이 교차한다"며 "이는 국가와 시대의 비애"라고 말했다. 샤 교수는 2008년 공산당 일당 독재를 철폐하고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08헌장'에 서명했고,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ㆍ58ㆍ복역 중)와도 가깝게 지냈다. 교수 평가에서 그가 꼴찌였고 학생들이 교수 교체를 요구한 데 따른 조치라고 베이징대가 설명하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해직이 중국 정치권력의 지식인 탄압으로 비치는 이유다.
입헌 정치와 기본적 인권을 요구하는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이 대학 강단에서 하나 둘 쫓겨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취임 후 중국내 사상과 언론 통제가 갈수록 강화하고 있는 결과다.
중국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와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 따르면 천훙궈(諶洪果ㆍ39) 시베이(西北)정법대 교수는 지난 23일 '사직 공개성명'을 인터넷에 발표했다. 대학의 자유를 강조해 온 천 교수는 이 성명에서 학교 당국으로부터 몇 차례 압력을 받았던 사실을 밝힌 뒤 "교수 직책을 유지하고 체제에 순응하기 위해 그 동안 지켜온 원칙을 버리고 구차해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보편적 권리도 쟁취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학생들에게 법치의 신앙과 법률의 권위, 과정의 가치를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천 교수는 지난 5월 시 주석의 정치 구호인 '중국의 꿈(中國夢)'에 빗대 진리 추구의 자유와 비판적 자세가 대학의 꿈이고 개인의 꿈이란 글을 발표했다. 학교측은 이후 그의 홍콩ㆍ마카오 통행증을 회수해 취소한 뒤 여권도 내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 교수의 성명은 게재 당일 저녁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다 돌연 당국에 의해 삭제됐다. 그러나 웨이보에는 지지 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장쉐중(張雪忠ㆍ37) 화둥(華東)정법대 교수가 입헌 정치 등을 공개 호소하다 정직됐다. 헌정 요구는 서방이 중국을 공격하는 도구라는 관영언론의 주장에 대해 "이런 논리가 헌정의 가치를 압살하는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와 민주 법제 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교수 신분으로 학교 시스템을 활용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발표한 것은 교수직업수칙 등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장 교수는 자신의 정직에 대해 "분명히 정치적인 의도"라고 비판했다.
사상개혁과 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시진핑 정부 들어 중국 내에서 언론과 사상 통제가 점점 더 강화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24일 학교, 언론, 기관 등 각 분야에서 사회주의 사상 교육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또 10개 주요 대학 언론 관련 학부에 중앙 당국의 선전 간부가 참여하는 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전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특색사회주의 교육까지 실시키로 했다.
지난 7~9월에는 쉬즈융(許志永) 왕궁취안(王功權) 린정 등 대표적인 인권운동가들이 '공공의 질서를 어지럽힌 죄'로 체포됐다. 인터넷 논객인 쉐만쯔(薛蠻子) 저우루바오(周祿寶) 친즈후이(秦志暉) 등도 성매매, 사기 등 혐의로 붙잡혀 갔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전국 선전사상공작회의에서 "강력한 인터넷 부대를 만들어야 하며 여론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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