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인천 송도바이오 산업단지 내 삼성바이오캠퍼스. 바이오의약품(바이오시밀러) 생산을 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구원들이 큰 김장독 모양의 배양기 6개를 살피고 있다.
캠퍼스 관계자는 "지난달 첫 시험 제품을 만들어 고객사인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에 시험을 의뢰했다"며 "3년 동안 노력 끝에 우리 기술력으로 생산 과정 전체를 완성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삼성바이오캠퍼스는 삼성이 미래를 책임질 5대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꼽는 바이오산업의 메카다. 이를 위해 삼성은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세우고, 27만3,900㎡(8만3,000평) 규모의 부지에 캠퍼스를 마련했다. 이 곳에 의약품 위탁생산을 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연구개발 전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함께 둥지를 틀고 있다.
삼성이 바이오산업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지난해 기준 1,540억 달러(약 163조원)인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매년 평균 7~8% 성장이 예상될 만큼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만들기 까다로워 선뜻 뛰어들기 힘들다. 우선 생산은 3단계를 거친다. 고객사에서 세포를 받아 크기가 다른 4개의 배양기에서 세포 분열을 통해 개체 수를 늘린다. 이후 세포에서 항체가 배양되면 원심분리기를 통해 항체만 걸러서 회수한다. 마지막으로 걸러낸 항체를 처음 상태 그대로 유지하도록 얼려서 보관하고 자체 테스트를 하거나 고객사에 보낸다.
3년간 공들인 삼성의 바이오산업은 올해 첫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체 기술로 만든 첫 의약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세계 10대 제약사 중 하나인 BMS, 세계 1위 바이오제약사 로슈그룹과 의약품 위탁 생산을 위한 장기 파트너십을 맺었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내년이 매우 중요하다고 캠퍼스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까지 BMS와 로슈에서 생산을 위탁한 제품의 미 식품의약국(FDA) 임상 및 실제 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소 50주가 걸리는 첫 제품의 글로벌 임상을 마무리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2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캠퍼스 측은 배양액 기준 약 3만ℓ 크기의 1공장보다 5배나 큰 2공장을 2015년에 시공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20개월이나 앞당겨 짓기로 결정했다. 2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15만ℓ의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캠퍼스 관계자는 "2공장이 가동되면 바이오캠퍼스가 세계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 시장에서 30%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도 공격적 투자로 힘을 보태고 있다. 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을 각각 41.84%씩 나눠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는 내년 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각각 3,000억원씩 총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3,000억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증자에 사용하고, 3,000억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 건설에 쓸 계획이다.
이렇듯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은 3년 정도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술력이나 생산 능력에서 충분히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또 BMS, 로슈에 이은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도 착실히 준비 중이라는 점도 감안됐다.
캠퍼스 관계자는 "2공장 완공에 맞춰 해외에서 핵심 전문 개발인력을 충원해 기술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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