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신도심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투기 바람이 일 조짐이다. 하지만 세종 신도심 건설을 책임진 행정도시건설청(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입찰은 시장경쟁원리에 따른 것으로 투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어 도시 건설에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30일 LH 등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세종 1-5생활권 등 상업·업무용지 23필지(6만857㎡)에 대한 경쟁입찰에서 합계 금액 2,568억원에 모두 낙찰됐다. 제시된 예정가격은 1,370억원으로, 이번 상업·업무용지 23필지 공급으로 LH는 1,200억원을 벌어 들였다.
그런데 입찰과정에서 특정 부동산업체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업체는 투자자를 모집하고, 각 필지 별로 회사를 급조해 입찰에 참여, 예정가격의 2배에서 2.6배까지 써내는 방법으로 낙찰 받았다. 이 업체는 대전 유성에 사무실을 차리고 투자자들을 모집하면서 1층 상가(60㎡)를 3.3㎡당 2,900여만원에 분양하는 형식으로 투자금을 모았다.
이들이 낙찰 받은 필지는 모두 4필지(2만1,000㎡)로 전체 낙찰금액만 해도 1,000억원이 넘는다. 이들은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고위 공무원도 투자했다","투자신탁과 업무협약도 체결해 투자금은 보장된다"는 말을 흘리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부 부동산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청사 2단계 입주 등 세종 신도심의 분양시장 호재에 편승해 투기 세력이 등장한 것 같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기업이 아닌 소액 투자자들이, 그것도 조직적으로 급조한 회사 명의로 거액의 부지를 낙찰 받은 것은 신도시개발지역에서 흔한 이른바'기획부동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이다.
박덕수(53) M부동산개발업체 대표는 "계획인구 50만명의 세종에서 부지비용으로 3.3㎡당 1,700만원이면, 건물을 지어 분양하기에는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문제는 부지비용이 높으면 건축물의 분양가와 임대료가 높아져 상가형성이 늦어지거나 빈 상가가 많아지고, 이는 행정도시 건설에 악영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세종 신도심 한솔동과 어진동 주변에 빈 상가가 늘고 있는데, 이들 상가는 대부분 낙찰가가 높은 것들이다. 분양가나 임대료가 높은 상가건물은 상가 형성도 기형적이어서 편의시설보다는 부동산업종이나 식당 등으로 편중돼 있다.
조명래(50)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가뜩이나 행정도시건설이 늦어지고 있는데 투기 세력이 등장한 것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행복청이 입찰 참여 조건을 강화해서라도 투기 세력의 개입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복청은 경쟁입찰을 제한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복청 한 관계자는 "경쟁입찰은 시장원리인데 법으로 막을 수 없지 않느냐"며 "현재로서는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 말했다.
윤형권기자 yhk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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