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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더빙 '묻지마'에서 '맞춤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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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더빙 '묻지마'에서 '맞춤형'으로

입력
2013.12.3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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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춘추전국이다. 시장 규모는 정해져 있는데 경쟁자들이 너무 많다. 이번 연말만해도 혼전이다. 19일에는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3D'와 '비행기' '세이빙 산타' 3편이 함께 개봉했다. '썬더와 마법저택'과 '꼬마 마녀 요요와 네네'가 각각 24일, 25일 경쟁에 뛰어들었다. 31일 개봉하는 '저스틴'과 지난달부터 장기 상영 중인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를 합치면 7편이 연말연시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됐다.

애니메이션들이 혈투를 펼치면서 더빙 전략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아이돌과 개그맨을 앞세워 호객에 열을 올리던 '묻지마 캐스팅'은 사라지고 '맞춤형 캐스팅'이 확산되고 있다.

1, 2년 전까지만 해도 더빙 전략은 단순했다. 픽사('토이 스토리' 시리즈)나 디즈니('카'시리즈), 드림웍스('쿵푸 팬더' 시리즈) 등 할리우드 직배사들은 주로 성우들을 더빙에 활용했다. 영화의 높은 인지도와 든든한 배급망 덕에 흥행전선에 큰 장애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소 애니메이션을 수입하는 회사들은 달랐다. 인기 절정의 아이돌 그룹 멤버와 개그맨을 우선 캐스팅했고 흥행에서 많은 재미를 봤다. 2010년, 2012년 각각 개봉한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 3D'와 '토르: 마법망치의 전설'이 대표적이다.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 3D'는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인기 코너 '용감한 형제들'의 출연진(박성광, 신보라, 정태호)을 그대로 더빙에 동원했다. 국내 제목(원제는 'Animal United')도 '용감한 형제들'에서 따왔다. 29만9,434명이 찾으며 예상 밖 흥행 성과를 거뒀다. '토르'는 김원효와 최효종, 조지훈 등 '개콘' 출연자를 캐스팅해 이들의 유행어 '안돼~' '참 쉬어요~' '이뻐~'를 아예 대사로 사용했다. '개콘' 멤버들의 코믹 목소리 연기 덕에 관객 76만8,367명이라는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해 개봉한 '새미의 어드벤쳐2'는 아이유와 이기광의 인기에 기대 전편(94만6,615명)을 뛰어넘는 관객 145만7,380명을 기록했다.

위기와 변화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활황에서 비롯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 시리즈와 '유희왕' 시리즈가 흥행 보증수표가 되고 '토르'와 '새미의 어드벤쳐'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애니메이션은 수입 1순위 목록이 됐다. 2만~3만달러면 협상 가능하던 '매물'들이 60만~70만달러로 값이 뛰었다. 그래도 수입 급증으로 편당 20만명은 거뜬하던 활황세는 편당 만명 단위로 추락했다. 비싼 돈을 들여 무턱대고 유명 스타를 더빙에 캐스팅할 수 없게 됐다. 스타들의 목소리 연기력에 대한 관객들의 불만도 무시할 수 없었다.

'스타 더빙'은 '배우 더빙'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배우들의 캐스팅이 늘고 있고 아이돌 그룹 멤버의 캐스팅도 연기력이 우선시되고 있다. 개그맨은 광고나 예고편에만 목소리를 빌려주는 추세다. 지난해 연말 개봉한 '가디언즈'는 류승룡, 이종혁, 이제훈, 한혜진 등 정통 배우들로 더빙 진용을 꾸렸다. '저스틴'은 신구, 이순재, 박근형, 백일섭, 박형식을 캐스팅했다.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인기를 등에 업으려는 의도에다 노장 배우들의 연기력이 영화 속 캐릭터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더빙 전문업체 레드카펫스튜디오의 김정규 대표는 "아이돌 그룹 멤버도 어디에 출연했고 어떤 연기를 했는지 면밀히 보고 캐스팅하는 추세"라며 "박형식은 ('상속자들' 등) 드라마에 출연한 점이 많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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