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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2월 31일] 원ㆍ엔 환율 1000원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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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2월 31일] 원ㆍ엔 환율 1000원 붕괴

입력
2013.12.3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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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ㆍ엔 환율을 얘기할 때 자주 나오는 '재정환율(arbitrage rate)'이라는 용어는 환율 산출방법과 관련된 것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날마다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원화와 달러의 교환가격에 따라 환율이 정해진다. 반면 원ㆍ엔 환율은 원화와 엔화를 교환하는 시장이 충분히 성숙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달러를 기준통화로 삼아 원ㆍ달러와 엔ㆍ달러 환율을 상계해 간접적으로 산출한다. 그게 재정환율이다. 따라서 원ㆍ엔 재정환율엔 원ㆍ달러와 엔ㆍ달러 등 2개의 시장환율이 이중으로 영향을 미친다.

■ 재정환율은 직접 시장가격이 아닌 만큼, 가격 왜곡의 여지가 아주 없지는 않다. 달러에 대해 원화와 엔화가 함께 약세나 강세를 나타내는 동조상황에서는 몰라도, 원화와 엔화가 각자 따로 노는 비동조 상황에서는 뭔가 왜곡된 듯한 느낌이 더 커진다. 특히 원화는 달러에 대해 강세인 반면, 엔화는 반대로 약세를 나타낼 경우 원ㆍ엔 재정환율 하락(엔화에 대한 원화 값 상승) 폭은 더욱 빠르고 큰 것처럼 느껴진다.

■ 미국 양적완화 종료설이 통화시장에 영향을 준 지난 3개월 간 달러는 전반적으로 강세로 움직였다. 반면, 일본은 미국 양적완화 종료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금융완화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하면서 엔화 약세를 이끌었다. 그 결과 엔ㆍ달러 환율은 최저 97엔에서 105.31까지 올랐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8.31엔 더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 기대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가 두드러져 1,074.50원에서 1,055.30원으로 하락했다.

■ 지난 3개월 여 동안 달러 대비 원화와 엔화의 극적인 비동조 상황은 원ㆍ엔 재정환율의 급변동으로 나타냈다. 100엔 당 1,040원대에서 금새 1,020원대를 통과하더니, 어제는 장중 한 때 1,000원이 붕괴되면서 5년 3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새해에도 엔화 약세는 이어져 원ㆍ엔 환율도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산업체질이 개선되고 환율변동 위험 회피 수단이 발전했어도, 우리 경제로서는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도전이 닥쳐오는 셈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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