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아동이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지 않아도 진술을 담은 영상을 증거로 인정하도록 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가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의2 제5항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합헌) 대 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조항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 절차에 따라 촬영된 영상물에 포함된 피해자 진술은 공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성폭력 피해 아동이 법정에 출석해 증언함으로써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피고인의 권리 보장과 피해아동 보호 사이에 조화를 도모한 것일 뿐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아동의 기억과 진술은 왜곡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법정에서의 반대심문보다는 사건 초기의 생생한 진술을 그대로 보전한 영상녹화물을 분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며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방법이라도 볼 수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진성ㆍ안창호ㆍ서기석 재판관은 "헌법이 보장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핵심인 반대심문권을 완전히 박탈해 최소한의 절차적 정의를 갖추지 못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2010년 8세와 9세 아동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피해아동의 법정진술 없이 영상녹화물이 증거로 채택돼 유죄 판결을 받자 항소심 도중 헌법소원을 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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