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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12월 31일] '그들만의 문화융성' 안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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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12월 31일] '그들만의 문화융성' 안 되게

입력
2013.12.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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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가 저물었다. 하루 뒤면 2014년이다. 올해에도 정치권의 갈등과 대립은 대단했다. 명분은 많지만 알고 보면 먹이싸움이다. 게다가 일단 철회된 철도파업이 더해져 연말이 더욱 스산하고, 국민 모두가 안녕하지 못하다.

그나마 2013년의 보람으로 문화 발전을 위한 새로운 노력을 꼽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에서는 문화융성이 창조경제 국민행복과 함께 세 핵심어 중 하나였다. 왕조시대의 언어 같다고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창조경제 국민행복을 가능하게 하는 게 문화융성일 수 있고, 반대로 창조경제 국민행복의 종합이 문화융성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발족된 문화융성위원회는 본질적으로 집행기구가 아니므로 자유롭게 좋은 말과 생각을 지속적으로 찾아내 모아야 할 것이다. 이 위원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하고 풍부한 창의적 제안이다. 위원회의 활동 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은 인문정신문화 특별위원회다. 구름 잡는 이야기 같아도 인문정신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인문정신문화의 대중화와 한국문화의 국내외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의 전통적 인문정신의 가치와 의미를 재생산하고 재창조하는 것을 정부 차원의 기구에서 논의하게 된 것 자체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제도나 법적으로는 2014년 3월부터 문화기본법이 시행되는 점이 중요하다. 국민의 문화권이 처음 보장된 이 법의 시행을 계기로 문화정책이 창작자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대전환 되기를 바란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과 계획을 세울 때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문화영향평가제도 잘 정착돼야 한다.

세계 정상들을 초청하는 '세계문화정상회의'를 추진해 이른바 '문화의 다보스포럼'을 열겠다는 기획도 그럴 듯해 보인다. 광주에 짓고 있는 아시아문화전당의 개관식이 열리는 2015년에 맞춰 회의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기획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의 내년 업무계획에서 눈에 띄는 것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 운영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쉽게 문화를 호흡하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새로운 문화 원년'이라는 2014년을 맞으면서 세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첫째, 대통령으로부터 장관, 각 기관장 등 고위 공직자들의 직접 문화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고 안중에도 없으면서 때만 되면 무슨 장식품처럼 문화를 내세우고 자신을 치장ㆍ과시하는 데 이용하는 것은 문화모독이다. 세계문화정상회의를 연다지만 이 회의를 통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세계에 던지는 한국의 메시지가 무엇인가. 일반적이고 데면데면한 국제회의의 하나라면 굳이 큰돈 들여 추가할 필요가 없다.

둘째, 우리 문화재정은 이제 2%시대를 맞았다. 이로써 돈이 충분해진 건 아니지만 늘어난 재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고 걸맞은 정책을 개발해야 하는지 문화정책 담당자들은 그야말로 노심초사해야 한다. 나눠 먹을 돈이 늘어난 것만 좋아할 때가 아니다.

셋째, 사람을 잘 써야 한다. 정부가 앞으로 지방의 무분별한 공공 공연장 난립을 막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난립도 막고 문화예술기관의 우두머리도 잘 선임해야 한다.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확대해 줘야 한다. 특히 낙하산으로 문외한을 앉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자기가 아는 예술 외에는 눈길도 돌리지 않는 외골수도 문제다. 사람을 잘못 써서 예산과 자원의 왜곡이 누적되면 문화의 활력이 떨어진다.

정권이 바뀌면 문화권력도 통째로 재편돼 다양하고 활발한 문화예술활동이 억압되거나 제한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만 진정한 의미의 문화융성이 이룩될 수 있을 것이다. 자기들만의 문화융성이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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