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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노동자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입력
2013.12.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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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노동자들만의 광장이 아니었다. 깃발 아래 조직적으로 모여 머리에 띠를 두르고 '단결 투쟁가'를 소리 높여 부르는 그들과는 사뭇 다른, 고교생과 혼자 나온 직장인 등이 곳곳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진 매서운 날씨에도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이들이 집회에 참가한 이유는 저마다 다양했지만 '각종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강경 일변도 정부'라는 비판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우선 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대학생 신모(20ㆍ한국예술종합학교2)씨는 "사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 창출인데 민간 기업이 경영을 맡게 되면 공공성은 뒷전이 될 것이 뻔하다"며 "그런데도 최근 경찰이 이를 반대하는 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하는 것을 보고 분노한 학생 40여명이 자연스럽게 모여 여기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 50대 직장인은 "종교계에서 노사정 대화를 촉구한 날 정부가 면허 발급을 강행한 것은 사회적 합의란 민주적 절차를 가볍게 보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박근혜 정부 1년간 빚어진 공약 파기,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등에 대한 종합적인 비판으로 이어졌다. 한 대기업 과장 류모(45)씨는 "대선 개입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 정부가 반성도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게 계속 불편해 혼자 집회에 나왔다"면서 "같이 오진 못했지만 아내도 '잘 다녀오라'며 응원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6ㆍ여)씨는 "기초연금 등 복지 관련 대선 공약들이 뒤집히고, 할머니들이 울며 반대하는 밀양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는 현 시대는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어 나왔다"고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현 정부 들어 위축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고교생 윤모(18)군은 지난주 학교 게시판에 철도파업 노동자와 쌍용차 사태 등에 대한 생각을 적은 대자보를 붙였다가 학교 측이 10분 만에 떼버린 것을 계기로 광장에 나왔다. 윤군은 "고교생이라도 안녕하지 못한 사회에 할 말은 해야 한다"며 "우리도 몇 년 후면 노동자가 될 텐데 탄압받는 노동자와 함께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A(37)씨는 "올바른 비판을 해도 종북으로 몰리고 소수로 규정되는 비상식적인 현실이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가 열린 서울광장에는 10만여명(경찰 추산 2만3,000여명)이 운집했다. 이들 가운데 7,000여명은 오후 5시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후 세종로 사거리 등 일대 차도를 점거했다. 시위대가 세종로 사거리를 점거한 것은 지난 8월15일 '평화 통일대회' 이후 처음이었다.

경찰은 174개 중대 1만3,000여명을 투입하고 시위대의 진출을 막기 위해 경찰 버스 10여대로 서울광장 주변을 에워쌌다. 그러나 시위대는 삼성생명 본관 앞 등 세종로 사거리에서 숭례문까지 차도를 점거했고 일부는 동화면세점, 종로구청 등지에서 산발적으로 가두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민과 경찰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고, 집회 참가자 4명이 연행됐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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