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첫해도 온갖 파문과 사건으로 점철됐다. 그 중심에 선 인물과 관련자들은 처한 상황과 입장에 따라 공격과 반격, 폭로와 해명, 비판과 반박의 말들을 이어갔다. 국민들은 가당치 않은 해명에 기막혀 했고, 비판에 귀막거나 억지 주장으로 역공을 펴는데 답답해 했다. 한 청년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먹먹해졌고, 계모에게 맞아 숨진 여덟살 아이가 소풍을 가고싶어 했다는 말에 가슴으로 울었다. 2013년 한해 우리 사회를 흔든 말들을 분야별로 추렸다.
● 정치문재인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박 대통령 신공안-신유신 통치 박 前 대통령 전철 밟을 수 있다"
새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1년 내내 대선 불복 논란으로 격전을 치렀다. 여야는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가시 돋친 설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는 비판에 청와대가 발끈하면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의 파장이 확대되자 박 대통령은 8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대선 당시) 어떤 도움을 받은 적 없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며 자신과 무관한 일임을 강조했다. 9월 국회에서 열린 3자회담에서도 "제가 댓글 때문에 당선됐다는 것인가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낸 문재인 의원은 10월 23일 공식 입장을 통해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습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입니다"라고 밝히며 대선 불복 논란을 키웠다. 이어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대통령은 사퇴하라"며 대선 불복을 공식 선언하면서 파장이 고조됐다.
불통 논란을 부른 박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야권은 거친 말로 공격했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지난 9일 "박 전 대통령은 '중정'이란 무기로 공안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암살당하는 비극적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국정원을 무기로 신공안통치와 신유신통치로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해 여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홍익표 의원은 지난 7월 "귀태(鬼胎)'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과 노부스케의 외손자인 아베 총리를 지목했다 끝내 대변인직을 물러나는 파동을 겪었다.
야권의 공세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나서 적극 막아냈다. 이 수석은 양 최고위원 발언이 알려진 직후 "언어살인이자 대통령에 대한 위해를 선동 조장하는 무서운 테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수석은 한 발 더 나아가 야권의 불통 비판에 대해 "원칙대로 하는 것에 대해 그걸 못하게 하고 손가락질하고 욕하면서 불통이라고 하나. 그것은 자랑스러운 불통이고 어쩔 수 없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공방을 둘러싸고도 정치권은 숱한 말을 남겼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 직후 "찌라시 형태로 대화록 문건이 들어왔다"고 말해 야권으로부터 "찌라시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 경제현오석 부총리 "파티는 끝났다""거위에서 깃털을 뽑는 수준" 세제 개편안 불만에 기름 부어
"파티는 끝났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1월 공공기관 기관장 20명을 모아놓고 공공기관의 과도한 부채와 방만경영에 대해 지적하며 이렇게 일갈해 한동안 유행어가 됐다.
8월 박근혜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2013년 세제개편안에 대해 봉급생활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던 와중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고통을 느끼지 않게 거위에서 깃털을 뽑는 수준이 이번 세제 개편의 정신"이라며 '거위론'을 제기해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주민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 죄송합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12월 초 목동 행복주택 건립반대비상대책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온 데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서 장관과 주민들과 만남은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고, 행복주택 7개 지구 주민들의 반대 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동양증권 사장이 맞다고 하니 맞는 것 같습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판매는 사기라는 추궁을 받자, '모르쇠'로 일관하며 모든 책임을 동양증권 사장에게 넘겼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10월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ㆍ배임한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우리는 1급수에서만 사는 물고기"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3월 한국전력공사 발전자회사와 주요 해운사가 맺은 2조원 규모의 선박 장기용선계약을 언급하며 "계약서 서명이 끝나니 가격 후려치기를 시작했다"며 대기업의 고질적 납품단가 후려치기 관행을 질타했다. 이에 대해 기업들도 볼멘소리를 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역주행 경제정책 이제 그만"이라며 국내에 기업규제가 너무 많다고 항변했다.
통상임금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앞둔 5월엔 댄 애커슨 GM회장이 미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한국에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며 노골적인 압박 발언을 했다.
변준연 전 한전 부사장은 5월 당시 한전 해외사업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밀양 송전탑 건설 갈등에 대해 "천주교와 반핵단체가 개입돼 있다. 주민이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에게 세뇌 당한 것"이라고 말해 결국 사임까지 이르렀다.
● 사회軍 대선댓글 "개인적 일탈행위""전설 속의 영웅 채동욱 호위무사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 게 낫다"
"안녕들 하십니까." 2013년의 끝자락, 고려대 학생의 손글씨 대자보에서 시작된 이 물음이 뜻하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대학생은 물론, 노동자, 주부, 중고생 등 다양한 이유로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의 대자보 화답이 이어졌다. 일부 학교에선 대자보를 무단 철거하고 징계까지 추진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평범한 인사말에 대한 폭발적 반응은 혼돈과 불안, 불신이 가득한 한국사회의 자화상을 역설적으로 보여줬고, 자신의 안녕에만 골몰했던 이들에게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국방부는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을 일축하다 마지못해 조사에 착수하고는 심리전단장 등의 "개인적 일탈 행위였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개인적 일탈"이라는 어설픈 해명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군 개인정보를 불법조회ㆍ유출한 청와대 행정관 사건에도 등장해 '박근혜정부는 일탈자들 집단이냐'는 비아냥을 낳았다.
2012년에 이어 올해도 검찰의 수난이 이어졌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 등으로 정권에 밉보인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에 "(조선일보) 보도의 저의와 배경이 궁금하다"며 반발했지만, 황교안 법무장관이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 지시로 압박하자 결국 사임했다. 이에 반발해 사표를 던진 김윤상 전 대검 감찰1과장은 내부통신망에 "전설 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 게 낫다"는 글을 남겼다.
후폭풍이 국정원 수사로 번졌다. 국정원 직원들 체포ㆍ압수수색 문제로 수뇌부와 갈등을 빚은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며 사실상 수사를 막았다고 폭로했다. 정권 차원의 수사외압 의혹으로 번졌지만, 조 전 지검장의 사임과 윤 팀장 등의 징계로 일단락됐다.
"친구들과 소풍 가고 싶어요." 계모에게 맞아 갈비뼈 16개가 부러져 숨진 울산 초등학생의 유언이 돼 버린 이 말은 도를 넘은 아동학대의 실상을 돌아보게 했다. 경력 5,500여명을 동원해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하고도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에 실패한 이성한 경찰청장은 "실패한 작전이라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변해 빈축을 샀다.
● 국제교황 "좋은 마르크스주의자도 많다""아베, 우경화 드라이브 비난에 군국주의자라고 부르려면 불러라"
3월 선출된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주도하는 바티칸의 개혁에 보수진영이 딴지를 걸자 "마르크스주의자라 불려도 화나지 않는다. 살면서 좋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을 많이 만났다"며 비판을 일축했다. 교황은 "아무런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며 자본주의의 폐해도 언급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NSA의 광범위한 도감청 의혹을 폭로한 뒤 자신에 대한 극단적 평가가 이어지자 "난 반역자도, 영웅도 아닌 일개 미국인"이라고 답했다.
러시아가 스노든의 임시망명을 허용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구부정하고 교실 뒤편에서 따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 같다"고 비난했다.
"호랑이에서 파리에 이르기까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한꺼번에 척결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반부패 5개년 공정을 선언해가며 부정부패와의 싸움을 시작, 사정한파가 지방 공무원과 석유방 철도방 사법기관 군부 등 전방위로 확산됐다.
10월 초 소말리아인 등 500여명을 태운 난민선이 이탈리아 인근 지중해에 침몰해 300명 넘게 사망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중해를 거대한 야외 공동묘지로 남겨 둬서는 안 된다"며 잇단 난민선 침몰사고에 유럽 전체가 대처해야 한다고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추진과 침략 부정 발언 등의 우경화 드라이브로 주변국으로부터 비난을 받자 대놓고 "나를 우익 군국주의자라고 부르고 싶다면 부디 그렇게 불러달라"고 말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파키스탄의 10대 인권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쟁을 한다면 전쟁은 절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소녀들結? 펜과 책을 들고 함께 걸어나갑시다"라며 여성이 교육 받을 권리를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의원직을 박탈 당한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는 "어떤 정치 지도자도 지금 내가 겪는 것과 같은 박해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민주주의에 애도를 표하는 아주 슬픈 날"이라고 표현했다. 이언 길모어 아일랜드 부총리는 내년 예산에서 적자를 31억유로 감축하라는 유럽연합(EU)의 요구에 "이 나라는 경제 실험장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 문화ㆍ스포츠류현진 흡연 빗대 "버거 끊었어요""NLL서 한미군사훈련 계속하면 쏴야지,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의 역사교과서 논란이 역사전쟁으로 번졌다. 지수걸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한국역사연구회 홈페이지에 "교학사 교과서는 오가잡탕"이라고 비꼬았다. 반면 교학사 교과서 저자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한 심포지엄에서 "기존 교과서가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준다. 그냥 두면 이석기 의원 같은 사태가 또 일어나지 말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구설도 이어졌다. 천주교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는 11월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시국미사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집중 공격을 당했다. 박 신부는 36분 가량의 강론에서 마지막 1분 동안 "일본이 독도에 와서 자기네 땅이라고 하면서 훈련하면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하나. 쏴야 한다. 안 쏘면 대통령으로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럼 유엔군사령관이 북과 관계없이 그어 놓은 NLL에서 한미군사훈련을 계속하면 북에서 어떻게 하겠냐? 쏴야지.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이다"고 말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능시청률 1위를 기록한 개그콘서트에서 유행어가 쏟아져 나왔다. 개그콘서트 뿜엔터테인먼트 코너의 '느낌 아니까~'와 '~하실게요'를 비롯해 남자가 필요없는 이유 코너의 '요~물', 황해 코너의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등과 같은 말들이 인구에 크게 회자됐다.
스포츠계는 미국 LA다저스 야구팀에서 맹활약 중인 '코리안 몬스타' 류현진과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반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으로 인해 즐거웠다. 햄버거를 엄청 즐겨먹는 류현진은 스프링캠프에서 다소 야윈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버거를 끊었어요"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박지성은 김민지 SBS 아나운서와 열애설을 인정하면서 "골 넣는 것보다 여자 친구 만나는 것이 더 행복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열애를 발표하려던 날인데 인정하는 날이 됐다"며 "파파라치에 생각보다 늦게 걸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김광민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대회에서 한국팀에게 승리한 뒤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동포애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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