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노ㆍ사ㆍ민ㆍ정이 참여하는 철도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전제로 파업을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29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에서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의 입장을 100% 수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파업으로 불편을 겪는 국민의 시각에서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2일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 이후 모습을 감췄다가 26일부터 민주노총에 다시 나타나 파업을 지휘하고 있다.
-정부는 복귀율 30%면 파업이 끝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동요는 없나.
"정부가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썼다. 지난 2주 동안 복귀율이 10% 정도 올라간 것은 맞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잘 버텨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철도 운행의 핵심 인력인 기관사와 차량정비, 열차승무 쪽은 흔들림 없이 버티고 있고, 수도권 전동열차 차장, 호남선 열차 쪽도 굳건하다."
-마냥 파업을 이어갈 순 없는데, 출구 전략은 무엇인가.
"철도 민영화를 막는 법이 입법되거나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관련 기구가 구체적으로 가시화한다면 우리는 결단할 수 있다. 수서발 KTX 면허 발급 전 국토부가 면허 발급을 일시 중단했다면 우리도 파업을 중단했을 것이다."
-파업 중단의 전제인 사회적 논의기구가 어느 정도의 법적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고 보나.
"정부 논리에 대해 지금까지 '민영화 프레임'을 가지고 공박할 수 있었던 것은 법ㆍ제도적 구속력 때문이 아니라 여론 덕분이었다. 파업을 해결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간다면 이후 철도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공약과 달리 2014년 화물부문 분할, 2015년 일산선ㆍ경의선 민간매각 등 민영화 계획을 갖고 있다. 사회적 논의기구는 상설로 가야 한다. 기구의 위상은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_사회적 논의기구 등도 중요하지만 노조 내부에서 징계ㆍ해고 등 희생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을 텐데, 고소ㆍ고발 등이 철회되면 다른 조건에서 타협할 수 있는가.
"노조가 잘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고소ㆍ고발, 직위해제 다 각오하고 있다. 과거에 1만명이 직위해제를 당한 적도 있다. 우리가 징계를 줄이겠다고('민영화를 막겠다'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무시하고 회사와 타협할 수는 없다."
-파업을 시작할 때 6일 정도로 예상했다던데 29일로 21일째다. 원동력은 무엇인가.
"1991년 입사 후 1994년, 2009년에 이어 세 번째 파업이다. 이번 파업은 '공공서비스의 인프라가 민영화되면 안 된다'는 조합원들의 신념에 의한 파업이라 지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파업 때마다 '국민의 발을 볼모로 한 파업', '귀족노조 파업'이라는 정부와 언론의 왜곡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국민들이 우리 이야기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박수 쳐 줘 고비를 넘고 있다."
-시민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느끼는가.
"이전에는 악성 댓글이 많이 달려 파업하기 전 철도노조 홈페이지를 닫았다. 이번에는 폐쇄하지 않았더니 철도 민영화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에 대한 건전한 토론으로 이어진다. 지난 14일 1차 상경투쟁 이후 파업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수의 운동권이 아닌 일반 대학생들 사이에 철도파업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을 보고 힘을 냈다."
-방만 경영에 대한 1차적 책임은 경영자가 져야 하지만, 노조는 뭘 했느냐는 지적도 있다.
"MB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5,500명의 인력이 줄었다. 임금 수준은 공기업 25개중 22위이고 단체협약에도 다른 공기업에 비해 월등히 나은 조항이 없는데도, 정부가 자꾸 왜곡하고 있다. 그래서 현오석 부총리를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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