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5일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와 관련해 한국전력공사와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이순형 판사는 2011년 9ㆍ15 정전 사태로 피해를 입은 임모(58)씨 등 6명이 한전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북 순창군에서 기르던 닭 1,600여 마리가 폐사한 임씨에게 270여 만원 등 재산상 피해를 입은 4명에게 피해액의 70%에 해당하는 배상금 520여만원을,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30여분간 갇혀 있었던 김모(12)양 등 2명에게는 각 100만원의 위자료를 한전과 국가가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한전이 지식경제부, 전력거래소, 6개 발전회사와 함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하고 순환 단전에 관한 사전예고나 홍보를 해야 하는 주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지식경제부 역시 전력거래소, 한전 등의 과실을 미리 인지하고 적절한 관리ㆍ감독을 통해 필요한 지시를 했다면 순환 정전을 방지할 수 있었다”며 정전 관련 소송 최초로 국가의 연대 책임을 인정했다. 한전과 국가는 9ㆍ15 정전 사태에 대해 이상 고온 등으로 인해 약관에 따라 불가피하게 순환 정전 조치를 취한 것이며 피해 발생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따라 9ㆍ15 정전 사태와 관련한 유사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임씨 등의 소송 대리인으로 나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의 황민호 변호사는 “9ㆍ15 정전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753만5,000여 가구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며 “잠재적 소송 당사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정부에 대한 9ㆍ15 관련 보상 신청은 총 8,962건(신청액 약 610억원)에 불과하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지식경제부와 한전의 판단 착오, 협조체제의 부재 등을 지적한 국정감사 결과를 인용한 만큼 다른 재판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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