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작가의 조각 작품을 전시한 뒤 반환하기 위해 철거하는 과정에서 작품을 훼손한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가 조각의 관리권한을 가진 독일 화랑 측에 억대의 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 배형원)는 독일 화랑인 미하엘 베르너 갤러리가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재단은 미화 9만4,500달러(약 1억원)를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광주비엔날레 측은 지난 2010년 미하엘 베르너 갤러리와 계약을 맺고, 미국 작가 제임스 리 바이어스가 제작한 오닉스 조각 3점(작품번호 JB81, 82, 83)을 그 해 9월부터 2개월 여간 전시했다. 하지만 11월11일 광주비엔날레 측이 전시를 마친 작품들을 철거하기 위해 지게차를 이용해 운반 하던 중 높이 175㎝, 너비 60㎝ 크기 JB82의 상단 모서리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철거 당시 JB81, 83의 경우 가공된 옆면 상단 모서리 부분에 밴드를 감아 올리는 방식을 택했으나 JB82가 같은 방식으로 들어올려지지 않자 가공되지 않은 상단 모서리 원석 부분에 밴드를 감았다가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두 점과 함께 1987년 제작된 JB82의 작품가치는 보험사 등으로부터 미화 45만 달러(약 4억7,500만원)로 평가 받고 있다.
이듬해 1월 작품을 돌려받은 독일 화랑 측은 보험사를 통해 외관상 흔적을 남기지 않고는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전문 감정 결과를 받았고, 이를 근거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작품을 수직으로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모서리 부분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부서진 것으로, 광주비엔날레 측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석조 작품은 쉽게 손상될 수 있어 고가의 미술품을 다루는 재단은 한층 더 주의할 의무가 있다”며 “사전에 작품 특성을 파악해 밴드와 접촉 면에 쿠션감 있는 물체를 대는 등 손상을 막을 최대한의 조치를 강구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독일 화랑 측이 사전에 구체적인 취급방법을 지시하거나 직접 호송관을 대동시켜 작품의 손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며 광주비엔날레 측의 책임을 70%만 인정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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